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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이 지난해 주식대여로 190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회원들이 1월 7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
국민연금공단이 공매도에 이용될 수 있는 주식대차(대여)로 최근 3년 동안 434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공매도 세력에게 주식을 빌려주고 수익을 올린 데 대해 공공기관의 행태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주식대여 규모 해마다 증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신학용 의원(국민의당)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제출받은 ‘2013~2015년 주식대여 현황’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 주식 대여를 통해 모두 190억 원을 벌어들였다.
국민연금이 대여한 주식 규모는 2013년 4250억 원에서 2014년 6692억 원, 2015년 6979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해왔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주식 대여로 얻은 수입도 98억 원(2013년)→146억 원(2014년)→190억 원(2015년)으로 급증했다.
장기 재무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주식을 오래 보유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활용해 짭짤한 부수입을 챙긴 것이다.
주식대여는 기관이나 개인이 보유 주식을 증권사에 빌려주고 일정한 이자를 받는 것이다. 기관 투자가들은 이를 다시 빌려 공매도 등에 활용한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는 주가 하락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공매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시장 일부에서 비판을 제기해왔다.
국민연금 측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이 대여하는 주식물량이 전체 주식대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공매도로 활용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식대여 시장 규모 대비 국민연금 주식대여 비중은 2013년 1.07%, 2014년 1.46%, 2015년 1.31% 등 연평균 1.28%를 나타내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측은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지만 공매도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며 “대여 거래의 특성상 해당 주식이 시장에서 공매도에 활용됐는지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신학용 의원은 “국민연금은 공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공매도에 관련 있다는 입길에 오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주식대여 자체가 문제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구체적인 대여현황을 공개해서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다시 불거진 공매도 논란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매도는 ‘눈엣가시’같은 존재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시에도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투기 공매도는 공정가격 형성을 막고 개인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개인도 공매도를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기관과 외국인의 전유물이라는 점도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거부감을 품는다.
최근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셀트리온이 하루평균 10%에 이르는 공매도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주식대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증권사로 이관하는 운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공매도 거래 비중은 매년 증가세를 보여 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공매도 거래금액은 6조9988억원으로 총 거래대금의 7.33%를 차지했다. 2008년 6월 집계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고치다.
18일 국회 정무위가 열리는데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는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이 2014년 2월 발의한 이 법안은 공매도 물량이 일정 기준을 넘어설 경우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현재 시행령에 근거를 두고 있는 ‘공매도 잔고 보고제도’를 법률로 상향 규정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제재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