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어떻게 키워나갈까?
쿠팡플레이는 동영상서비스업계 후발주자이자 로켓와우 회원을 위한 부가서비스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쿠팡은 소수의 킬러 콘텐츠 확보를 통해 이용자를 붙들어두는 효과(락인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쿠팡플레이는 틈새시장 전략을 앞세워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앞으로도 몸집을 빠르게 키워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쿠팡플레이는 2020년 12월에 출범한 뒤 다른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와 차별화할 수단으로 30~40대 부모들을 위한 자녀교육 콘텐츠 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여기에 힘입어 4월 기준으로 월간 활성이용자(MAU) 수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비교적 순항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경쟁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와 비교하면 오리지널 콘텐츠를 비롯한 전체 콘텐츠 수가 아직도 부족한 편이다.
월트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 애플의 애플TV 등 하반기 국내시장에 진출할 예정인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물론 쿠팡도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안에 쿠팡플레이에 1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도 상장 당시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혁신을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신고서에서 여행·광고와 더불어 향후 사업을 확대할 분야로서 쿠팡플레이를 꼽기도 했다.
그러나 경쟁 온라인 동영상사업자들은 쿠팡에서 잡은 계획 이상의 돈을 콘텐츠 투자에 쏟아붓고 있다.
웨이브는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1조 원을 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SK텔레콤이 4월 웨이브에 유상증자 1천억 원 규모를 단행하기도 했다.
CJENM은 2023년까지 티빙에 4천억 원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 100편을 제작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쿠팡은 3월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4조 원 이상을 조달하긴 했다. 그러나 전국의 물류센터 구축과 쿠팡이츠(음식배달) 등의 다른 신사업에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쿠팡플레이 자체가 유료멤버십인 로켓와우 회원을 위한 부가서비스로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다른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와 똑같은 사업모델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이를 고려하면 쿠팡은 수가 적더라도 흥행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확보하면서 로켓와우 회원을 쿠팡플레이로 더욱 많이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로켓와우 회원이 1천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들을 붙들어두는 효과만 제대로 발휘된다고 해도 상당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쿠팡플레이 방영이 확정된 오리지널 콘텐츠 2편을 살펴보면 유명세가 입증된 예능 ‘SNL 코리아’, 한류 인기배우 김수현씨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어느 날’이다.
앞서 쿠팡플레이는 3월부터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의 생중계를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축구 국가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의 경기도 독점 생중계하고 있다.
김성한 쿠팡플레이 총괄디렉터도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쿠팡플레이는 쿠팡 유료회원에게 추가로 제공하는 서비스라 오히려 회원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쿠팡이 동남아시아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쿠팡플레이 출시 전인 2020년 7월 싱가포르 온라인 동영상사업자 훅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5월부터 싱가포르 법인에서 일할 임직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쿠팡플레이에 관련된 iOS 개발인력 채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높다”며 “쿠팡도 쿠팡플레이를 통한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통해 동남아시아 소비자를 끌어내면서 쿠팡의 구독자를 확보하려는 목적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