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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면세점을 놓고 호주 시드니에서 맞붙는다. 매출 규모가 큰 시드니공항에 면세점 운영 입찰공고가 나왔는데 두 사람은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이어 두 번째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시드니공항은 공항 면세점 운영대상자 모집공고를 내고 오는 12일까지 입찰을 진행한다. 면적은 제1터미널 6개 면세매장과 제2터미널 매장을 포함해 7600㎡ 규모다. 특히 제1터미널은 명품 브랜드가 여럿 입점해 있고 패션, 화장품 등 전 품목을 취급한다.
시드니공항 면세점의 지난해 연간 방문객은 3790만 명에 달했다. 매출도 2억4700만 달러로 호주 지역에서 최대 규모다.
이 사장과 신 회장은 이미 지난 1월 싱가포르 창이공항 입찰에서 한차례 전쟁을 치렀다. 이 사장은 신 회장을 제치고 면세사업권자를 따냈다. 호텔신라는 앞으로 창이공항의 향수, 화장품 등을 모두 운영하게 된다. 사업기간은 올해 10월1일부터 2020년 9월까지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인천공항에 이어 ‘세계 최고 면세점’ 2위로 뽑힌 적 있다. 2015년 연매출이 6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어’다. 이 때문에 당시 입찰경쟁에 세계적 업체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이 사장이 따냈다.
창이공항 입찰에 실패한 신 회장은 이번 호주 시드니공항 입찰경쟁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신 회장의 롯데면세점은 국내에서 신라면세점보다 우위에 있다. 롯데면세점 전체 고객 중 절반이 넘는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사상 최대매출을 연일 갱신하고 있다. 이 덕분에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이 7조 원에 이르면서 롯데면세점은 세계 4위에 오를 수 있었다. 중국 관광객이 매출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 회장은 시드니공항을 통해 이런 중국 관광객의 충성도를 더욱 높이려고 한다. 시드니공항은 최근 중국 관광객 방문이 갈수록 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드니공항 방문객 중 중국관광객은 15%로 호주 국적 다음으로 많다.
롯데면세점은 “글로벌 면세사업자로 성장하기 위해 그동안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임해 왔다”며 “중국인 고객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시드니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도 시드니공항을 비롯해 해외 면세점에 진출해 신라면세점의 ‘글로벌 톱3’ 도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반으로 삼으려고 한다. 이 사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해외사업을 강화해 글로벌 명문 서비스유통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2010년 취임 후 끊임없이 글로벌 전략을 펼쳐왔다. 이 사장은 2012년 처음으로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신라면세점을 들였고 같은해 1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발을 넓혔다.
신라면세점은 “국내 면세점은 대기업들의 사업 확장이 어렵기 때문에 해외입찰 참여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해외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면세점은 대기업들 사이의 출혈경쟁과 정부의 대기업 출점규제로 성장에 제한이 많다.
이번 시드니공항 입찰에 국내 다른 대기업들은 관심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조선과 현대는 검토한 바가 없다고 답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덩치가 큰 DFS, LS트래블리테일, 듀프리 등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도전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