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상호 의원이 얄궂은 운명 앞에 마주섰다.

연세대 동기로 민주화운동 40년 동지인데 부동산문제로 벼랑끝으로 내몰려야 하고 사지로 내몰아야 한다.
 
송영길 우상호 40년 동지의 얄궂은 운명, 이한열 추도식도 함께 못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우상호 의원.


민주당은 9일 종일토록 부동산투기 의혹에 연루된 12명 의원의 탈당 권유를 두고 뒤숭숭했다.

우상호 오영훈 김한정 김회재 의원 등 4명이 강하게 반발하며 탈당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우 의원에게 집중됐다. 다른 초선 의원들과 달리 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중량감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그와 송 대표의 오랜 인연을 아는 이들은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송 대표도 이날 우 의원을 비롯해 12명 의원 전원에게 탈당을 권유하기로 한 전날의 결정을 두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까지 민주당이 보였던 내로남불과 부동산문제 불신 해소를 위한 불가피했다”라며 “마음 아픈 일들이 많지만 우리 민주당이 새롭게 변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전체 기류는 '후퇴 불가'로 요약된다.

송 대표로서는 민주당의 쇄신을 명분으로 칼을 빼든 만큼 물러설 수 없다. 만약 우 의원 등의 탈당 거부를 송 대표가 받아들이거나 물러선다면 당 대표로서 리더십에 결정적인 상처를 받게 된다. 야당에게 전수조사를 벌이라고 공세를 펴기도 머쓱해진다. 

이들이 계속 탈당을 거부한다면 당에서 제명할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본인들이 탈당을 않겠다고 하면 당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라며 “이미 지도부 입장이 나간 상태여서 아마 제명 쪽으로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송 대표와 연세대 81학번 동기이자 민주화운동 동지로 나란히 정치권에 입문했다. 

송 의원은 1984년 직선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우 의원은 1987년 6월 항쟁 당시 총학생회장으로 이한열 열사 민주국민장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1987년 6월 항쟁에서 함께 최류탄을 맞으며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다. 

우 의원은 송 대표가 2018년 당대표 선거에 처음 출마했을 때에도 지지한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송 대표의 든든한 우군이 돼 왔다.

송 대표는 이날 연세대학교 이한열 동산에서 열린 제34기 이한열 열사 추도식에 '홀로' 참석했다. 1987년 민주국민장을 이끌었던 우 의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우 의원은 매년 이 열사 추도식에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열이 하면 생각나는 게 우상호, 나의 동지이자 친구”라며 “나 때문에 우상호 의원이 이곳 현장에 오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찢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집 한 칸 없이 전세아파트 살면서 어머니 묘소 하나 만든 그것을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실하게 조사해 온 것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밝히고 돌아오라고 보낸 저의 심정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1987년 당시 우 의원은 연세대 국문과 1학년 때 강제징집에 끌려갔다 복학해 학생회장이 됐고 나는 인천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며 “한열이 소식을 듣고 그날 쫓아와 연세대 학생회관에서 같이 밤을 지새우면서 한열이의 국민장을 준비하던 때가 벌써 34년이 됐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이번에 문제가 된 12명 가운데 유일하게 4선을 지낸 중진 의원이다. '불명예 탈당'은 그에게 큰 정치적 상처가 될 수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후보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데 결정적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우 의원은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탈당 권유를 한다는 것은 그 사안을 인정한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굉장히 고민스럽다”며 “내가 지난 20년 동안 당을 떠난 적이 없는데 이런 사유로 탈당을 권유받는 것이 굉장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에게 출당이라는 건 엄청난 형벌이다. 당직 박탈보다도 큰 사안”이라며 “본인의 소명을 받지 않고 이렇게 결정할 수 있는가에 관해서 지도부를 해본 사람으로서 정치경험 20여 년 동안 처음 듣는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무주택자인데다 2013년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묘지를 쓰기 위해 토지를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 땅에서 농사도 계속 짓고 있다고 했다.

우 의원은 8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나를 선택해준 유권자가 있는데 조금이라도 내가 실수하거나 잘못한 점이 있으면 억울해도 그런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다"라면서 "하늘에 있는 어머니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우 의원실 관계자는 9일 "우 의원이 깊이 고민하고 있어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조만간 탈당 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내비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