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둡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최근 벌어진 사건들을 지켜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네이버 카카오 빛바랜 ESG경영, 소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 네이버(윗쪽)와 카카오 로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구직자들이 가고 싶은 기업 1~2위를 다투는 회사다. 글로벌시장으로 앞다퉈 진출하고 수평적인 사내문화가 구직자들의 발길을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편)경영에도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네이버는 ESG경영 우등생으로 꼽혀왔다. 2020년 한국지배구조평가원의 기업지배구조평가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통틀어 A등급을 받았다. 

카카오도 올해 들어 ESG경영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연초 인권경영선언문을 제정했고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자산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여러 문제들이 내부에서는 곪아가고 있었다. 

ESG경영의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는 직원들의 처우와 근무환경 역시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데 이 부분에서 두 회사 모두 문제를 드러냈다.

네이버 ESG보고서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우월적 지위, 권한 남용, 고압적 언행, 강제 노동, 아동 노동을 엄격히 금지한다”고 나와 있다. 

구체적 제도로서 사내포털과 고충처리 채널 등의 운영, 노사협의회, 리더 대상으로 진행되는 별도의 윤리경영교육 등도 담겼다. 

그러나 네이버 노조에 따르면 최근 숨진 직원 A씨는 임원 B씨로부터 과도한 업무 지시를 받으면서 폭언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있는 자리에서 B씨에 관련된 문제가 제기됐지만 사실상 묵인·방조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네이버가 자랑하던 내부 소통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카카오도 ESG보고서에 “카카오 안에서 크루(직원)가 무한한 역량을 지속해서 발휘할 수 있는 정책과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담았다.

그러나 최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이 카카오를 근로감독한 결과 일부 직원의 주52시간 이상 근무, 임산부의 시간외 근무, 연장근무시간 미기록 등의 위반사항이 드러났다.

이번 근로감독은 카카오 직원들이 근로기준법을 어긴 사례를 모아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 시행을 직접 청원하면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2월에는 인사평가를 둘러싼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사내 따돌림 등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면서 촉발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네이버는 사내이사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외부기관에 A씨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맡겼다. 결과가 나오려면 3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태스크포스팀 ‘길’을 만들어 인사보상제도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내부에서는 여전히 의구심 섞인 시선이 나온다. 

네이버 노조는 A씨사건에 관련된 명명백백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카카오 직원들도 ‘길’의 논의 결과에 따라 근로감독을 다시 청원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이번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얼마나 효과적이고 성의 있는 대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내부 구성원들의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도, 아니면 마지막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이번 조치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나중에 다시 다른 소까지 잃어버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