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민영화 뒤 KT 역대 최고경영자들을 끌어내렸던 ‘사법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을까?
구 사장은
황창규 전 회장 시절 연루된 국회의원 정치자금 불법후원사건을 놓고 검찰의 수사가 재개되면서 최악의 상황에는 대표 사임 요구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구 사장이 취임 뒤 '준법경영'을 강조한 만큼 대내외적 비난과 이미지 타격도 생각해야 한다.
7일 KT 안팎에서는 검찰의 KT를 향한 정치자금법 및 업무상 횡령 수사상황과 관련해 구 사장이 사건의 피의자로 검찰의 소환조사까지 받은 만큼 앞으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구 사장은 경영 리더십 훼손 부담을 덜기 위해 기소로 가는 일 만큼은 피해야 하는 절실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황창규 전 회장 시절 불거진 KT 국회의원 불법후원 혐의에 연루돼 있다는 점은 구 사장이 KT 대표 후보에 올랐을 때부터 문제로 꼽혀온 부분이다.
KT 이사회는 2020년 구 사장을 KT 대표로 선임하면서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의 조건까지 내걸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KT가 민영화 뒤 고질적으로 시달려온 최고경영자의 사법 리스크에 ‘안정장치’를 건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KT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구 사장이 KT 대표가 되기 전 일로 경영계약서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구 사장의 경영계약서 내용은 대표 취임 뒤 발생한 경영상 과실과 부정행위에 관한 조치를 규정해 임기 전 사건의 수사결과가 나오는 것까지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수사 결과와 사건 경과에 따라 구 사장은 내부 리더십 상실은 물론이고 대외적 비난의 시선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KT가 구 사장체제에서 강화해온 법무실의 역할과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구 사장은 2020년 대표 취임 뒤 검찰 고위직 출신 인사 등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왔다.
검찰과 법원이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고 관련 인맥이 많은 인사들을 통해 사법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KT 분기보고서 등에 공시한 임원현황을 살펴보면 KT는 2020년에 이어 올해도 검사, 판사 등 현직에서 퇴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인물들을 회사 법무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구 사장은 2020년 취임 뒤 안상돈 변호사를 법무실장 부사장으로 데려왔다. 안 부사장은 2018년 6월 법복을 벗기 전까지 광주고등검찰청 차장검사, 대검찰청 형사부 부장검사, 서울북부지검 검사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올해 KT 법무실에 합류한 서정현 상무도 수원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서부지법 등을 두루 거치고 2월까지 부산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일한 판사출신이다.
구 사장은 검사, 판사출신 외에도 KT 법무실에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등에서 일한 경찰출신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수사단계에서부터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구 사장은 황 전 회장의 첫 비서실장으로 KT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에서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핵심인물로 지목돼 있었다.
경찰은 황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구 사장도 영장 신청대상에 포함했고 2019년에는 황 전 회장과 구 사장을 포함한 KT 전·현직 임원 7명을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KT는 2002년 민영화 뒤 최고경영자들의 사법 리스크로 회사 경영과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어왔다. 민영화 뒤 첫 CEO인 이용경 전 대표이사 사장을 제외하면 남중수 사장과 이석채,
황창규 전 대표이사 회장이 위법 혐의에 휩쌓였다.
이석채 전 회장은 2019년 말 KT 부정채용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 회장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2013년 말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황창규 전 회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경영고문 불법위촉 혐의로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는 2020년 2월 황 회장을 박근혜 국정농단사건과 관련된 횡령·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