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형퇴직연금(IRP) 고객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들이 앞다퉈 수수료 면제 행렬에 뛰어들고 있다.
앞서 증권업계에 불어닥친 위탁매매수수료 인하경쟁이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으로 번진 사례가 있는데 개인형퇴직연금 고객유치 경쟁도 전철을 밟으 수 있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개인형퇴직연금(IRP)시장에 불고 있는 수수료 면제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이 4월 비대면 IRP계좌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면제하고 두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증권사 8곳이 수수료 면제를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IRP계좌 상품을 내놓은 증권사 14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수료 면제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아직 수수료 면제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은 곳들도 내부 검토를 거치고 있어 조만간 IRP계좌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면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IRP수수료 면제를 시행하는 데 따라 앞선 위탁매매수수료 인하 출혈경쟁이 증권업계에서 다시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증권사 수수료수익에서 IRP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위탁매매수수료 만큼 크지는 않기 때문에 IRP수수료를 면제하는 데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말 기준 증권사의 IRP 적립금 규모는 7조5천억 원 수준이다. 증권사가 IRP계좌에 부과하는 수수료가 0.1~0.5% 수준인 점을 놓고 보면 수수료 면제에 따른 수익 감소규모는 75억~377억 원 정도에 그친다.
다만 수익구조 다각화한 대형증권사들과 달리 중소형증권사들로서는 경쟁적 수수료 면제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중소형증권사들은 대형증권사들을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수료 인하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데 IRP시장 규모가 꾸준히 커지고 있는 만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수수료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앞서 증권업계에 위탁매매수수료 인하 경쟁이 불붙으면서 증권사들은 수수료수익 감소에 따른 수익 악화를 겪은 바 있다.
역대 최대 증시 거래대금을 나타낸 2020년에 증권사들은 위탁매매수수료로 모두 7조924억 원을 벌어들였다. 2010년 5조3607억 원과 비교하면 32.30% 늘었다.
거래대금 규모와 함께 비교해보면 2010년 2245조 원이었던 거래대금이 2020년 5709조 원에 이르며 10년 동안 무려 154.30%(3464조 원) 뛰었는데 같은 기간 위탁매매 수수료수익은 30%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다.
2014년에는 증시 거래대금이 2013년보다 1.5% 늘었지만 위탁매매 수수료수익은 오히려 5.1% 감소했다.
위탁매매 수수료수익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동안 증권업계에는 투자금융 경쟁력 강화 바람이 불기도 했다.
그 결과 증권사 수수료수익 가운데 위탁매매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70%에 육박했지만 꾸준히 감소했고 2019년에는 36.5%까지 줄었다. 반면 투자금융(IB) 수수료수익 비중은 2019년 36.0%까지 증가했다.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 자기자본 규모 상위권에 자리한 대형증권사들이 대부분 IRP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대형사들이 수수료 면제를 시행하자 대신증권과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중소형증권사들도 수수료 면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