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지주를 통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의 지배력을 강화함으로써 일본롯데와 연결고리를 약하게 만든 뒤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단추인 호텔롯데의 상장까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롯데지주 계열사 지분 계속 사, 신동빈 일본 영향 약하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4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열사 지분 매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두고 잠시 멈춰있었던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기 위한 작업으로 파악된다.

롯데지주는 2020년 말 롯데칠성음료가에서 보유한 42만110주(414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최근 롯데칠성음료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면서 지분율을 41.25%까지 끌어올렸다. 2019년 지분율이 26.54%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4.71%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지분도 꾸준히 늘리고 있는데 올해 5월에는 신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케미칼 지분 0.26%도 매입했다. 현재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은 25.59%다.

지난해에는 롯데지주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푸드 주식 15만436주를 555억 원에 매입해 지분율을 기존 23.08%에서 36.37%로 확대하고 관계기업으로 분류되던 롯데푸드를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일반적으로 자회사는 관계기업, 종속기업으로 분류되는데 관계기업은 지분율이 20~50%, 종속기업은 50% 이상의 지분을 쥔 기업을 말한다. 하지만 지분율이 50%가 안 되더라도 ‘사실상 지배력’이 인정되면 종속기업으로 분류된다.

관계기업은 지분법 손익에 따라 순이익만 반영하지만 종속기업은 총자산과 매출, 영업이익 등도 지배회사에 연결된다는 차이가 있다.

롯데지주는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주력계열사의 최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롯데그룹의 지분 때문에 굵직한 계열사 대부분이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은 25.59%인데 이보다 더 많은 지분을 일본 롯데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케미칼 지분 9.3%를 들고 있으며 롯데홀딩스가 최대주주(60.1%)로 있는 롯데물산이 롯데케미칼 지분 20%를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케미칼은 아직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권 아래 있어 롯데지주의 종속기업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홀딩스는 롯데칠성음료 지분 1.13%를 직접 보유하고 있고 최대주주로 있는 호텔롯데와 롯데알미늄을 통해 롯데츨성음료 지분 12.82%를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등을 통해 롯데쇼핑 지분도 9.64% 들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가 주요 계열사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일본 롯데그룹과 주요 계열사들의 연결고리를 약화시키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롯데칠성음료나 롯데쇼핑, 롯데케미칼이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격상된다면 롯데지주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기준 롯데쇼핑은 16조 원, 롯데케미칼은 12조 원의 매출을 내는 등 롯데그룹에서 가장 외형이 큰데도 관계기업으로 분류돼 매출과 영업이익이 롯데지주 실적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또 신 회장은 롯데지주의 계열사 지분 확대를 통해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롯데지주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푸드 지분을 사들인 것은 코로나19로 어려운 호텔부문을 지원하기 위한 성격도 있었다.

현재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단추로 꼽히는 호텔롯데 상장은 지연되고 있다. 호텔롯데가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렌탈이 상장되고 코로나19 영향이 잠잠해져야 호텔롯데 상장도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최종적으로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롯데그룹의 지분을 확 낮춘 뒤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단일 지주사체제를 완성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지주회사의 계열사 지분 매입은 지배력과 함께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최근 롯데케미칼 지분을 인수한 것은 실적이 좋을 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각되고 있어 사업을 강화하는 측면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