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이 중저신용자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을 높여야 하고 저축은행업계는 수익을 지키기 위해 중저신용자 고객 유출을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중저신용자대출 놓고 저축은행과 경쟁

▲ (왼쪽부터)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비중 확대에 나서며 저축은행과 고객군이 겹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은 다른 고객군을 대상으로 대출영업을 진행해왔다. 이는 중금리대출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위가 4월 발표한 중금리대출제도 개선방안을 살펴보면 업권별 중금리대출금리 상한요건은 은행 연 6.5%, 상호금융 연 8.5%, 카드 연 11.0%, 캐피털 연 14.0%, 저축은행 연 16.0% 등이다.   

은행과 저축은행의 금리 차이가 10%포인트가량 차이는 점을 보면 같은 중금리대출 영업을 하더라도 고객군이 차별화될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에게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을 높이라고 요구하며 상황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5월 말 포용금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개선방안을 내놨다.

중저신용자는 신용등급 4등급 이하(신용평점 하위 50%)에 해당하는 차주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을 높이는 데 힘을 실어주기 위해 금리 상한요건을 없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비중 확대에 저축은행 고객을 포함시킬 수 있게 된 셈이다.

저축은행들은 중저신용자를 고객층으로 두고 중금리대출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아 온 만큼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업계의 중금리대출 신규공급 규모는 8조7853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4조4011억 원)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저축은행업계는 지난해 중금리대출 증가에 힘입어 2019년보다 33.7% 상승한 순이익 6342억 원을 거두기도 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저축은행의 2021년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전달했는데 중금리대출과 정책금융상품을 제외한 가계대출 증가율은 5.4% 이내로 관리하도록 했다. 중금리대출 확대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가 중저신용자 고객 확보에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중저신용자 유치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금융위의 중저신용자 대출비중 확대 개선방안에 따라 연 단위로 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신사업 진출, 기업공개 등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별 중저신용자 비중 확대계획을 살펴보면 2021년 말까지 카카오뱅크는 20.8%, 케이뱅크는 21.5%, 토스뱅크는 34.9%로 중저신용자 비중을 늘려야한다. 

카카오뱅크는 실제 고객정보를 반영해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해 6월 안에 적용하고 하반기에 중저신용자 전용 대출상품을 선보인다.

케이뱅크는 4분기에 신용평가모형에 중저신용자에 특화된 모형을 추가하고 통신데이터 등 대안정보를 결합한 데이터도 신용평가에 활용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한다.

토스뱅크는 올해 하반기 출범을 앞두고 있는데 중저신용자에 특화된 챌린저뱅크 형태로 영업을 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저신용자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중저신용자 비중이 10.2%에 불과해 중저신용자 유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3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출범하기로 했다. 중저신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공급 확대를 위해 회사의 역량을 우선 배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것이다.

김광옥 카카오뱅크 태스크포스장은 “올해 카카오뱅크의 최우선 경영혁신과제인 중저신용 고객 대상 대출 확대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더 결집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상품과 서비스 출시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고 대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고객 대상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