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알짜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를 어떻게 활용할까?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1조5천억 원가량을 내며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올해도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수주가뭄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아 권 사장이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 악화를 막기 위해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 카드를 언제나 꺼내들지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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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15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이 91.13%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46조2317억 원, 영업손실 1조5401억 원, 당기순손실 1조3632억 원을 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에도 영업손실 3조2500억 원을 봤다.
현대중공업이 2년 연속 조 단위 손실을 내면서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에 속도를 낼지 관심이 모인다.
현대오일뱅크는 2011년부터 기업공개를 추진했으나 정유업황 부진 등을 이유로 수년째 상장이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매출 13조96억 원, 영업이익 6293억 원을 거둬 저유가 상황에도 빼어난 실적을 냈다. 매출은 전년보다 3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78%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상장되면 현대중공업 재무구조 개선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은 2년 연속 조 단위 영업손실을 내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차입금만 17조8800억 원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이뤄지면 구주매출 등을 통해 2조 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추정된다.
권 사장은 올해 현대중공업을 흑자로 돌려세운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권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흑자를 달성하지 못하면 시장은 더 이상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절박한 심경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추진해 유동성 확보에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4년 포스코와 KCC 지분을 매각하면서 각각 2865억 원, 4152억 원을 확보했고 지난해에는 포스코와 현대차 보유지분도 팔아 각각 2200억 원, 8천억 원을 손에 넣기도 했다.
권 사장은 올해도 긴축경영과 자산매각 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만으로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 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주가 워낙 가뭄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2월 들어 터키 유조선 2척 수주에 성공하면서 올해 첫 수주를 따내기도 했지만 수주 가뭄을 해소할 수준은 아니다.
이 때문에 권 사장이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마지막 카드로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를 추진할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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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현대오일뱅크를 매각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매각설은 근거가 없으며 시장 여건이 우호적으로 조성되면 국내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일축했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도 4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간담회에 참석한 뒤 현대오일뱅크 상장과 관련한 질문에 “상장 시점은 경기가 우선 좋아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관건은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 시점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11년 처음 기업공개 추진계획을 밝힐 당시 시가총액이 최대 7조 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예상 시가총액은 현재 4조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올해도 좋은 실적을 이어가면 기업공개 추진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글로벌 투자시장의 변동성도 크다는 점이 변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