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이 '전북 향토기업'이라는 애정으로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완주할까?
2일 전북지역 재계를 비롯해 항공업계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을 놓고 그룹 오너인 김성태 회장의 '향토기업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전북지역에 연고를 둔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쌍방울그룹을 명실상부한 지역 대표기업으로 키우려 한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2007년 전북 군산에 연고를 두고 세워진 중견기업으로 전북지역의 유일한 항공사이기도 하다.
지역에서는 이스타항공이 공중분해되거나 다른 지역 연고의 기업에 인수된다면 전북이 항공 불모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2000년 대우자동차 부도 이후 그동안 전북의 대표기업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었는데 만약 쌍방울그룹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면 상징성이나 규모에서도 위상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쌍방울그룹 주요 관계사인 쌍방울, 비비안, 광림 등은 모두 연간 매출이 1천억 원 수준에 그치나 이스타항공은 경영위기 직전인 2018년과 2019년 매출 규모가 5500억 원에 이르렀다.
쌍방울그룹 대표회사인 쌍방울은 1962년 전북 익산에 연고를 두고 설립된 패션기업으로 대표 브랜드로는 트라이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건설업과 관광업 등 무리한 사업 다각화에 발목을 잡혀 부도를 냈다.
2010년 전북 남원 출신인 김 회장이 트라이브랜즈를 인수하고 2011년 기업 이름을 다시 쌍방울로 변경한 뒤 전북의 대표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쌍방울그룹은 2017년부터 지역 청소년 지원사업, 2020년부터는 낙후지역 지원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과거 전북 전주를 연고지로 뒀으나 2000년 해체된 프로야구단 쌍방울 레이더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케팅을 활용한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이런 활동 모두 김 회장의 향토기업 육성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그룹은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특장차 제조전문 관계사 광림을 앞세웠다. 광림은 지난해 비비안 인수 때도 투자자금을 댄 기업이다.
이밖에 미래산업, 아이오케이컴퍼니 등 쌍방울그룹 관계사들이 광림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힘을 보탤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항공물류업계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불황 속에서 관련 분야 경험이 부족한 쌍방울그룹이 이스타항공을 되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보기도 한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부채규모는 2천억 원이 넘으며 장기간 운항중단으로 항공기 면허까지 중단된 상태로 파악된다. 지난해에는 이스타항공 인수 직전까지 갔던 저비용항공사 1위 기업 제주항공이 인수를 최종 포기하기도 했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이제 막 예비입찰에 참여한 단계인 만큼 벌써부터 자금 확보방안이나 운영방향과 관련해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