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전라남도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중단할까?

박 회장은 관광산업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1조5천억 원 규모의 경도 개발사업을 추진해왔는데 개발계획 변경에 따른 지역의 찬반여론에 부딪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미래에셋그룹 여수 경도개발사업 중단할까, 관광산업 계속 삐거덕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이 경도 개발사업 관련해 이미 3천억 원가량을 투입한 상황에서 발을 빼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1조5천억 원짜리 대규모 사업을 접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며 “게다가 미래에셋그룹이 이미 경도에서 골프장과 콘도 등을 운영하고 있어 발을 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여수 경도 주민들로 구성된 ‘대경도발전협의회’는 이날 여수시청 제1청사 앞에서 경도 개발사업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앞서 20일 미래에셋그룹이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보인지 꼭 일주일 만이다.

미래에셋그룹은 경도에 주거형숙박시설(레지던스)을 건립하는 문제를 놓고 ‘부동산투기’라는 지역사회 반발에 직면하자 사업 전면 재검토를 밝혔다.

경도 공사현장에서 인력과 장비 등을 철수했으며 사실상 사업 진행은 잠정중단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사업 전면 재검토를 밝히고 현장에서 철수하자 이번에는 경도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재개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미래에셋그룹이 사업을 아예 중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3천억 원가량을 들여 숙박시설과 골프장 등 경도 개발사업 부지를 매입했고 전남개발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시행권도 넘겨받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도에 위치한 골프장 세이지우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자산으로 편입된 상태이며 골프장 운영권은 YK디벨롭먼트가 들고 있다.

박현주 회장이 경도 개발사업을 두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 역시 사업중단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박 회장은 2018년 “여수 경도 개발사업에 참여한 것은 기업의 이익보다는 사회적 기여와 공공성을 고려한 공익적 개발이며 고향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경도를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 10월 경도에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을 건립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며 개발계획을 변경했다. 

이와 관련해 여수 시의회와 지역 시민단체 등은 관광산업 투자는 뒷전이고 수익성이 높은 레지던스를 지어 부동산투기로 사업이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미래에셋그룹은 레지던스와 관련한 ‘부동산 투기’ 논란을 두고 “레지던스 건립에 소요되는 공사기간이 가장 길기 때문에 레지던스사업을 먼저 추진하는 것”이라며 “투기 목적으로 먼저 시작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미래에셋그룹은 1단계 개발에 해당하는 공공 편익시설과 근린공원, 골프장, 레지던스 등 시설 건립이 완료되면 호텔과 콘도 등 대규모 숙박시설과 상업지구, 해양친수공간 등 관광시설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자 미래에셋그룹이 ‘사업 전면 재검토’라는 카드 꺼내 든 것이다.

미래에셋그룹은 2016년 8월 영국계 글로벌 투자회사인 캐슬파인즈와 컨소시엄을 꾸려 전라남도 여수시 경도에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등이 함께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경도 개발사업 시행권은 미래에셋컨설팅이 최대주주로 있는 YK디벨롭먼트가 들고 있다.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사업비만 1조5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6성급 및 4성급 호텔, 콘도, 골프장, 대형 쇼핑몰, 워터파크, 해상케이블카, 마리나 등을 짓는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박 회장은 관광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호텔, 항공사 등 관련 기업 투자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 

미래에셋그룹은 2019년 9월 미국 주요 거점에 위치한 호텔 15곳을 약 7조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고 7천억 원가량을 계약금으로 납부했다. 12월에는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이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이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했다. 

비록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불발에 그쳤지만 미국 호텔 인수와 아시아나항공 컨소시엄 참여 등은 관광산업을 향한 박 회장의 관심이 잘 나타난 사례로 꼽힌다.

박 회장으로서는 앞선 두 건의 관광산업 투자가 무산된 데 이어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도 지역사회 반발이라는 암초를 만나게 된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