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금융당국의 외화보험제도 개편방안에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됐다.
메트라이프생명 등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은 외화보험 판매비중이 높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규제방안에 따라 타격이 클 수 있다.
26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외화보험제도 개선안과 관련해 환손실 위험을 명분으로 외화보험을 퇴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외화보험은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보고 환율이 떨어지면 손실을 보는 구조인데 환차손을 보증하라는 것은 원금보장을 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환헷지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한다면 결국 사업비가 늘어서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해 소비자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외화보험을 팔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외화보험 사전신고제 도입, 환헷지 보증비용 마련, 수수료 100% 분납제 실시 등을 요구했다.
생명보험업계는 환차손 보증비용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외화보험 판매가 어려워지면 메트라이프생명을 비롯한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타격이 클 수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전체 판매상품 가운데 달러보험 비중은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사장으로서는 금융당국의 규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외화보험 가입자 수는 16만5700명이다. 이 가운데 메트라이프생명의 고객 수가 9만5천 명으로 가장 많다. 그 뒤로 푸르덴셜생명 3만7500명, AIA생명 1만4200명 등 순서다.
이에 메트라이프생명 등 생명보험사들은 생명보험협회와 함께 달러보험의 보험금을 원화로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달러 장기보험에 가입했더라도 계약자가 적립금 일부나 전부를 당시 환율을 적용해 원화로 바꾸려고 하면 변경이 가능한 것이다. 계약자로서는 보험료를 납입하는 동안 환율이 하락하면 보험료가 인하될 수 있어 유리해질 수도 있다.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업계 차원에서 달러보험 원화지급 옵션을 마련해 금융당국에 제출했고 아직 당국으로부터 응답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업계는 원화옵션 이외에도 변액보험처럼 가입할 때 적합성 진단을 하고 고령 가입자 보호를 강화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적합성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의 6대 판매 원칙 가운데 하나다. 적합성 진단을 적용하면 소비자가 실제로 외화보험 수요가 있는지 확인돼야만 가입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외화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및 해약환급금 등이 미국 달러 등으로 이루어지는 상품이다. 달러보험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AIA생명 등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해 관련 기반 시스템이 구축됐고 상대적으로 환전수수료 부담이 덜한 외국계 보험사가 주로 외화보험을 취급해왔다.
저금리 장기화, 국제정세 불안정, 코로나19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보험의 보장혜택을 외화 안전자산으로 준비할 수 있는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보험사도 달러보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1월 DGB생명과 KDB생명을 시작으로 8월에는 신한생명, 11월에는 삼성생명 등이 달러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달러보험 출시를 놓고 실무적 차원에서 검토했지만 최근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외화보험 압박수위를 올리면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송영록 사장은 196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대구 성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회계법인에서 재무 관련 경력을 쌓은 뒤 2007년 재무 컨트롤러(Finance Controller) 담당 이사로 메트라이프생명에 합류했다.
그 뒤 재무총괄담당 전무를 거쳐 2016년 최고재무책임자에 선임됐고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9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메트라이프생명은 2020년 별도기준 순이익 1370억 원을 거뒀다. 2019년보다 35.2% 증가했다. 자산규모는 23조4248억 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