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동산세제개편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세제개편안을 먼저 내놓으면서 압박하는 데다 '부자 감세 불가'를 외치는 당내 목소리도 높아 송 대표의 선택이 쉽지 않다.  
 
민주당 종부세 놓고 의견 모이지 않아, 송영길 세제개편안 고민 깊어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열릴 부동산 관련 정책 의원총회를 앞두고 여전히 부동산세제개편을 둘러싼 내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 가장 크게 견해가 엇갈리는 부분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다.

고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서울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수도권 신도시 지역 의원들은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서울 서부와 강북 지역을 비롯한 기타 지역 의원은 종부세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27일 의원총회에는 종부세 과세기준을 둘러싸고 △과세기준 현상 유지안 △상향조정안(9억 원→12억 원) △공시가격 상위 2%안 등이 상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길 대표로서는 27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고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다 이제 겨우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한 부동산시장을 다시 불안하게 만든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도 부담이다.

특히 부동산세제개편을 두고 국민의힘에게 선수를 빼앗긴 점에 적잖게 신경이 쓰인다.

국민의힘은 전날 정책위원회에서 부동산세금 부담 완화와 실수요자 대출규제 완화방안을 내놨다. 민주당이 내부 논의가 길어지는 틈을 제대로 파고든 셈이다. 

국민의힘 역시 세제 감면을 주장했다. 

민주당이 망설였던 종부세뿐 아니라 양도세까지 깎아주자는 것이다. 1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리고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시가격 상승률을 5% 안으로 제한하는 상한선을 도입해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도 제동을 걸겠다고 나섰다.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자나 생애최초 구입자를 대상으로 대출규제를 완화하거나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내놔 청년층 민심 공략도 빼놓지 않았다.

요컨대 국민의힘은 부동산정책을 두고 세제 감면 쪽으로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4·7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부동산 민심을 놓고 민주당 쪽에 세제 감면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에서는 종부세를 논의를 놓고 일종의 신중론도 등장하고 있다.

홍익표(서울 중구성동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종부세 완화 논의를 두고 “저희가 고려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봐야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우선순위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다"라며 "11월에 종부세가 부과되고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통계자료나 이런 것들을 면밀히 보면서 조금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신중론은 자칫 국민의힘을 따라가는 듯한 모양새로 ‘부자감세’ 논란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당내 부동산특위에서 양도세와 종부세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지 못해서 우리가 4·7재보궐선거에서 졌다는 원인 진단이나 종부세 대상 축소,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등의 처방이 잘못됐다”며 “문제는 공급이다. 공급이 일어나야 ‘영끌’ 매수수요를 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송 대표는 부동산세제 개편을 놓고 생각이 많을 것이다”면서도 “종부세와 양도세는 원칙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한편 2030세대 청년층을 대상으로 대출규제 완화 등을 미세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