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롯데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경쟁자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지면서 롯데쇼핑 역시 동맹을 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온 갈 길 바쁜 롯데쇼핑, 이베이코리아 꼭 인수 위해 동맹 구하나

▲ 롯데쇼핑 롯데온 로고이미지.


23일 이커머스업체들의 1분기 매출을 살펴보면 롯데온은 경쟁 이커머스 업체와 비교해 실적 증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온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사업부는 2021년 1분기에 매출 280억 원을 냈다. 2020년 1분기보다 매출이 41.9% 감소했다.

반면 쿠팡은 2021년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42억686만 달러(약 4조7348억 원)를 내면서 2020년 1분기보다 무려 74%나 늘어났다. 네이버의 커머스부문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40.3% 늘었다.

롯데온과 거래액 기준 시장 점유율이 비슷한 SSG닷컴과 11번가는 같은 기간 매출이 각각 9.8%, 1.6% 늘었다.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한 이커머스업체 가운데 매출이 줄어든 업체는 롯데온이 유일한 셈이다.

롯데쇼핑은 이베이코리아의 인수가 롯데온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거래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2020년 거래액 기준 롯데온의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은 약 5%, 이베이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약 12%다. 롯데쇼핑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한다면 시장 점유율은 단숨에 1위인 네이버(17%)를 따라잡게 된다. 

이커머스사업이 플랫폼사업이라는 점에서 시장 점유율의 확대는 곧바로 경쟁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경쟁사들의 합종연횡이 치열해지면서 롯데쇼핑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네이버와 이마트가 손을 잡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11번가의 모회사인 SK텔레콤 역시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있다.

경쟁사보다 우월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롯데쇼핑으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다.

경쟁사들의 합종연횡으로 이베이코리아의 인수가격이 올라가기라도 한다면 만약 롯데쇼핑이 인수전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희망 매각가격으로 5조 원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가격은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와 비교해 조금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성 또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이커머스시장의 경쟁기업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된다면 롯데쇼핑이 더욱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온은 시장에서 이마트의 SSG닷컴, SK텔레콤의 11번가와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다.

SSG닷컴은 이커머스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새벽배송사업에서 국내 이커머스업체 가운데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거래액 기준 시장 점유율은 11번가, 롯데온에 뒤쳐진 6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된다면 SSG닷컴은 약점인 ‘회원 수 부족’을 해결하며 이커머스시장에서 날개를 달 가능성이 높아진다.

11번가 역시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이미 글로벌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과 협력하고 있는데 여기에 이베이코리아의 힘이 합쳐진다면 11번가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한쪽에서는 롯데쇼핑 역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동맹을 구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수전에서 동맹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승자의 저주’의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이 손을 잡을만한 마땅한 전략적투자자(SI)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롯데쇼핑이 재무적투자자(FI)와 연합해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롯데쇼핑의 자금조달 능력은 충분한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인수전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인수에 따른 부담을 줄이려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예비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이마트, SK텔레콤, MBK파트너스는 이미 모두 동맹을 구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됐었던 카카오는 이미 한차례 롯데쇼핑의 동맹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