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훈 카카오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카카오가 해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대표 모바일 플랫폼인 '카카오톡'이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 인기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힌다.
◆ ‘우물 안 개구리’ 카카오톡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 월실질이용자(MAU) 4천만 명을 넘었다고 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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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훈 카카오 대표. |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모바일 메신저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가운데 분기 월실질이용자 4천만 명을 돌파한 플랫폼은 카카오톡이 처음이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해외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카카오의 해외 월실질이용자(MAU)는 827만 명에 그쳤다. 국내와 비교해 약 5분의1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해외 카카오톡 이용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톡의 지난해 4분기 말 월실질이용자는 직전 분기였던 3분기 말과 비교해 99만 명 감소했다.
카카오톡을 놓고 일각에서 ‘우물 안 개구리’ 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만 놓고보면 거의 모든 국민이 카카오톡을 이용하는데 해외에서는 이상하게 힘을 못 내고 있다”며 “이는 카카오톡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201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라고 말했다.
◆ 서비스도 국내에 한정
카카오톡은 오늘의 카카오를 있게 한 대표 서비스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대부분 모바일 서비스는 카카오톡 기반으로 운영된다.
카카오톡이 해외에서 힘을 못 쓰면서 카카오의 사업전략도 국내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가 지난해 출시한 카카오택시나 올해 출시하기로 한 카카오헤어샵, 카카오드라이버 등의 신규서비스는 모두 한국 고객을 겨냥해 내놓은 것들이다.
경쟁기업인 네이버는 이와 다르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은 일본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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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
라인은 이들 해외시장 인기에 힘입어 월실질이용자(MAU) 2억 명이 넘는 대형 메신저로 성장했다. 이러한 글로벌사업 성장으로 네이버는 지난해에 연매출 3조 원을 넘길 수 있었다.
카카오톡에 기반한 사업전략이 국내에 한정될수록 카카오의 성장성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톡의 국내 점유율이 이제 한계에 다달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합병 뒤 사업부진으로 성과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며 “이를 만회하려면 카카오의 해외사업 역량을 지금보다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임지훈, 카카오톡의 해외 인지도 어떻게 끌어올릴까
임지훈 대표가 카카오톡의 해외 인기를 높일 수 있을까?
임 대표가 투자전문가라는 점에서 카카오가 글로벌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모바일 메신저나 SNS를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카카오는 지난해 동남아시아 SNS 시장점유율 3위 서비스인 ‘패스’(Path)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략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에 기반한 각종 서비스로 부가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사업 역량을 끌어올리는 핵심전략이 카카오톡의 해외인지도 향상에 맞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임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것이 카카오톡의 해외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음원 서비스인 ‘멜론’과 아이유 등 로엔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한류스타와 연계한 마케팅으로 해외에서 카카오톡의 인기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동남아 등 한국가요(K팝) 인기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카카오톡과 멜론을 결합한 서비스를 내놓을 경우 카카오톡의 현지 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톡의 해외 인지도가 높아질 경우 교통서비스와 검색 등 한국에서 사업경험을 쌓은 플랫폼을 해외 카카오톡에 결합하는 것도 용이해질 수 있다.
최세훈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일 실적발표회에서 “로엔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 효과를 내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음악 및 동영상 콘텐츠 시장을 확대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할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