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명 SR 대표이사 사장이 6월 발표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아 지난해 받은 ‘미흡(D)’ 등급의 불명예를 만회할까?
권 사장은 지난해 첫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뒤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도입하고 철도업 기반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17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수서발 고속철(SRT)을 운영하는 SR이 6월 발표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지난해보다 개선된 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평가에서 기획재정부로부터 창의적 마케팅방안과 사업다각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힘을 쏟은 것이 일부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SR은 신규차량 도입 이전까지 차량 운용 총용량의 한계를 감안해 지속적 매출 증가를 도모하기 위한 창의적 마케팅과 철도업 기반의 사업다각화 전략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또 “향후 지속성장과 더 세밀한 고객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혁신문화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활용과 철도 플랫폼을 폭넓게 활용한 창의적 마케팅 전개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권 사장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진행하고 새 경영전략을 내놓으면서 경영 효율화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시동을 걸었다.
SR은 지난해 10월 조직개편을 통해 한국판 뉴딜사업과 미래사업을 전담하는 ‘미래전략부’를 신설하고 업무전반에 전략적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기존의 정보사업처를 ‘기획조정실’ 아래로 편재했다.
아울러 미래 인재육성과 차량부품 국산화 등 연구개발(R&D)을 위해 ‘인재개발원’과 ‘기술연구원’도 새로 설치했다.
SR은 SRT를 이용한 관련된 데이터 등 열차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 먹거리를 개발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기존에는 이용객들의 열차 이용시간 등을 분석해 열차배치 및 인원배분을 효율화하는 데 그쳤지만 앞으로는 열차주변의 택시 이용량과 관련된 데이터 등 열차와 관련해 더 많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 먹거리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SR은 11일 국가철도공단과 함께 수서역을 인공지능(AI) 디지털기술이 접목된 스마트철도역사로 조성하기로 하는 협약을 맺기도 했다.
SR은 아울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고속철도차량 부품 베어링 국산화에 힘을 쏟고 있다. 윤축베어링은 열차 바퀴의 원활한 회전을 위해 설치하는 부품으로 주로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SR은 베어링 전문회사와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핵심부품을 국산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SR 관계자는 "베어링 국산화를 통해 먼저 해외에서 수입하던 부품을 국내 중소기업들로부터 공급받아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철도 플랫폼을 활용한 벤처사업, 빅데이터 사업화 등 다양한 신사업 발굴과 SR형 뉴딜과제의 차질 없는 추진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SR은 창의적 마케팅을 통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차별화하고 SRT를 향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SR 관계자는 “SR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놓은 SRT 열차운행 영상과 웹툰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사회적기업과 협력해 내놓은 SRT 기념품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를 통해 사회적기업들의 고용창출이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R이 유튜브를 통해 선보인 ‘목포-수서 SRT 주행영상’과 ‘부산-수서 SRT 주행영상’은 조회 수가 각각 16만 회, 10만 회를 보였다.
SR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있지 않아 이전까지 올린 영상의 조회 수가 1천 회 안팎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를 만들어 낸 셈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웹툰 '에스알툰(SRToon)'은 고객들의 사연을 담아 만화로 전달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SR 관계자는 "매회 연재 때 마다 '좋아요'와 '댓글' 등 독자반응 비율이 팔로워 수와 비교해 10%가 넘을 정도로 호응이 좋다"며 "유사한 기업들의 웹툰 독자반응 비율이 1%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고 설명했다.
다만 SR은 2016년 SRT 개통 이후 3년 연속 영업이익을 내왔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사상 첫 적자를 본 점은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SR은 지난해 매출 약 4733억 원, 영업손실 233억 원을 봤다.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은 29% 줄었고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SR은 2018년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며 2019년 처음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평가대상에 포함됐다.
SR은 지난해 6월 발표된 2019년을 평가대상으로 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인 ‘미흡(D)’등급 받았다. 이에 따라 임기 2년차인 권 사장은 ‘경고’를 받았다.
권 사장은 한국철도의 전신인 철도청에서 일하다 한국철도로 자리를 옮긴 뒤 SR의 사장으로 취임해 철도분야에서만 3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철도맨’이다. 2018년 8월 취임한 권 사장의 임기는 2021년 8월까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