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 신한생명과 합병계획을 순조롭게 진행하면서 대형금융회사 인수합병과 조직 안정화에 역량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이를 계기로 대규모 인수합병에 자신감을 찾고 자산운용사와 캐피털사 등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추가 인수대상을 찾아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그룹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인수합병 대상을 물색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최근까지 연이은 유상증자와 채권발행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집중해 온 만큼 올해 이를 활용해 대형금융회사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오렌지라이프가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된 지 약 3년 만에 신한생명과 성공적으로 통합을 준비하고 있는 점도 대규모 인수합병 추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신한생명은 최근 7월1일로 예정된 오렌지라이프와 합병을 위한 준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며 6월부터 실질적 업무 통합체계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신한생명은 약 37조 원, 오렌지라이프는 35조 원의 자산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런 대형금융회사의 합병은 금융권에서 전례가 드물어 통합작업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두 회사의 합병 준비가 시장 예상보다 더 순조롭고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신한금융이 과거 조흥은행과 LG카드 등 규모가 큰 금융회사를 인수해 기존 계열사와 성공적으로 합병하고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에 성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한금융지주는 대형 금융회사를 인수한 뒤 합병하는 데 충분한 노하우를 보유해 두 보험사 합병 뒤 화합을 이끌어내는 데도 큰 무리가 없다"고 분석했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이영종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를 포함해 해당 분야에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인력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점도 신한금융에 장점으로 꼽힌다.
조용병 회장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을 계기로 자신감을 찾아 오렌지라이프와 같은 대형금융회사 인수를 더 공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대표에 오른 뒤 대형 금융회사 합병이 단기간에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입찰경쟁에 뛰어들어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주도했다.
신한금융이 신한생명을 통해 보험업에 충분한 경험을 확보하고 있던 만큼 대형금융회사를 인수한 뒤 기존 계열사와 합쳐 몸집을 키우고 시너지를 내는 전략이 긍정적이라고 본 것이다.
따라서 조 회장이 다음에 추진할 인수합병도 신한금융의 기존 계열사 사업규모를 더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과 카드 등 소매금융보다 조 회장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육성에 힘을 싣고 있는 자본시장 또는 기업금융분야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 다음 인수합병 물망에 오를 공산이 크다.
자산운용사와 캐피털사, 증권사 등이 신한금융의 유력한 인수합병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부터 실무 차원에서 자산운용사 인수를 계속 검토해 왔고 프랑스 BNP파리바와 합작법인으로 설립했던 신한자산운용의 지분도 모두 인수해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신한자산운용이 여전히 업계 중위권 수준에 그치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지주에서 다른 자산운용사를 인수한 뒤 신한자산운용과 합병해 자산운용업을 키우는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신한캐피탈이 최근 소매금융사업을 매각한 뒤 기업금융 중심으로 사업체질 전환을 진행중인 만큼 기업금융에 강점을 갖춘 외부 캐피털사를 인수해 신한캐피탈과 합병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가운데 몸집이 작은 편이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를 인수합병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전부터 나왔다.
자산운용사와 캐피털사, 증권사는 사업 특성상 다른 신한금융 계열사와 공동투자 및 자산운용 등에서 협업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도 많아 그룹 전체 성장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조 회장은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폭넓게 인수합병 대상을 살피고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한금융뿐 아니라 KB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라이벌 금융그룹들이 일제히 인수합병을 주요 성장전략으로 점찍고 있는 상황이라 치열한 인수합병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증시 호조 등 영향으로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시장에 등장할 만한 매물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조 회장의 인수합병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가 금융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충분한 인수합병 여력을 확보한 만큼 조 회장은 성장기회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선제적 자본확충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뒤 인수합병 기회가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자본여력을 갖춰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