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서울지역 택지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디벨로퍼사업으로 수익성 극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와 현대건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은 이마트로부터 인수하는 이마트 가양점의 건물을 허물고 이를 지식산업센터로 재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현대건설 서울 택지 공격적 확보, 윤영준 디벨로퍼 적극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이마트는 서울 가양점 토지와 건물을 6820억 원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매각한다고 13일 공시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현대건설과 인창개발로 구성됐다.

윤 사장은 현금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택지 매수에 나서며 디벨로퍼사업에 힘을 쏟아왔다.

건설업계에서는 업체 사이 경쟁 과열로 이마트 가양점의 인수가가 5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 예상했는데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그보다 훨씬 높은 7천억 원에 가까운 금액에 입찰했다. 

대형건설사는 택지 매입을 통해 사업이익에 개발이익까지 차지할 수 있어 입찰가를 공격적으로 제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에는 업계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현대건설은 현금 보유고와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한 자금조달 능력을 갖추고 있어 이번 가양동 이마트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이마트에 제시한 개발계획서가 다른 컨소시엄보다 우수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 사장은 업계 최고 수준인 현대건설의 자금 동원력을 적극 활용했다는 시선도 있다.

2020년 말 기준 현대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신은 3조1868억 원에 이른다. 현대건설의 올해 예상 자본적 지출(CAPEX)도 5천억 원으로 건설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 가운데 토지 매입에는 약 4천억 원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과 인창개발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CJ그룹이 2019년 12월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매각한 1조 원 규모의 강서구 가양동 공장부지도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 가양동 이마트 부지를 매입하며 가양동에 두 번째로 택지를 매입하게 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택지는 수익성이 높지만 공급이 적고 매물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수주 경쟁이 만만치 않다"며 "현대건설이 서남권 지역의 택지를 지속적으로 매입한 배경에는 단순 시공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해 디벨로퍼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사장이 이처럼 서울 서남권 택지를 매입해 업무시설로 개발하는 배경에는 서울시의 '2030 서울 플랜'도 있다. 2030 서울 플랜에는 서울 서남권 쪽으로 가양동 일대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남권은 가양동, 마곡지구 일대가 속한 권역이다. 비중으로 보면 동북권과 더불어 2030 서울 플랜의 과반을 차지한다. 서울시는 가산디지털 산업단지와 마곡지역을 중심으로 서남권을 디지털문화축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세워뒀다. 

이마트 부지는 지식산업센터로 탈바꿈한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CJ그룹에서 확보한 가양동 공장부지는 용도변경 이후 지상 최대 17층 규모의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서울 강남 코엑스보다 1.5배 이상 크다. 

관건은 수익성이다. 이마트 쪽이 내놓은 투자설명서(IM)를 보면 매각 후 1년 동안 월 16억 원으로 재임대한다. 1년 뒤 시작된 재개발이 끝난 뒤에는 3.3㎡당 1천만 원에 다시 입점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재입점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마트가 재입점을 위해 제시한 평당 1천만 원은 인근 상권의 매입가와 비교해 매우 저렴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그만큼 전체 수익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그만큼 전체 개발사업이 성공해야 한다. 

현대건설이 가양동 이마트 부지를 지식산업센터로 활용하는 것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가양동 이마트 부지는 마곡 마이스복합단지, LG R&D센터, 마곡 M밸리 등 주요 업무·주거시설이 모인 곳으로 지식산업센터 수요가 높은 곳이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해에도 쇼핑몰 부지 매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서울 내 택지매입를 통한 디벨로퍼사업에 문을 두드려 왔다. 

현대건설은 이지스자산운용, 디에스네트웍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삼성SRA자산운용이 보유 중이던 홈플러스 4개점의 매입을 시도했다. 당시 인수계획은 무산됐지만 윤 사장의 공격적 매입 전략으로 이번 이마트 가양점은 인수에 성공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주택시장을 제외한 건설시장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며 "택지 매입을 통한 개발사업 진출 등 여러 신사업 진출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