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가 회장에 취임한 이후 포스코 산업재해 사망자 11명 중에서 7명이 이른바 ‘후진국형 재해’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후진국형 재해는 추락이나 끼임(협착) 등의 사고로 기본적 안전조치나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만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재해를 의미한다.
 
포스코 산재사망 11명 중 7명은 후진국형, 최정우 예산 1조 어디 썼나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이런 점에 비춰보면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 안전시설을 강화하기 위해 1조3천억 원의 특별예산 사용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포스코 노조)에 따르면 2018년 7월 이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11명 가운데 추락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3명, 끼임(협착)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4명 등 모두 7명이 ‘후진국형 재해’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추락사와 끼임사는 후진국형과 재래형 재해의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인 63.6%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었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산업재해 가운데 추락과 충돌, 끼임과 넘어짐, 낙하물 충돌 등을 '5대 후진국형 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 포스코 노조가 집계한 전체 산업재해 사고로 확대해도 후진국형 재해로 부상을 당한 노동자 비중이 50% 이상이나 된다.

포스코 노조에 따르면 2018년 7월27일 이후 현재까지 산업재해로 부상이나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105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대 후진국형 재해로 부상 혹은 사망한 노동자는 54명으로 51.42%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구조적 살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월 비즈니스포스트와 서면인터뷰에서 “실제로 2020년 12월13일 포항제철소 사고현장을 방문했을 때 시설 노후화로 계단을 오르는 인원을 1명으로 제한하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며 “포스코에서 지난 5년 동안 43명이나 되는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은 단지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회사의 비상식적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구조적 살인이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포스코는 2018년부터 3년 동안 1조3천억 원을 들여 노후화시설 교체 및 안전시설 투자 등을 위해 특별예산을 편성해왔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후진국형 재해가 끊이지 않은 셈이다.

더구나 최 회장이 올해 연임한 이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지만 제철소에서 사망한 사고 2건 모두 끼임사였다는 점에서 안전관리가 여전히 소홀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다.

최 회장은 2021년 1월 신년사부터 2월 국회 환노위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 3월 포스코 정기 주주총회 등에서 무재해사업장을 구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올해 2월8일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3월16일 포항제철소 포스코케미칼 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2건 모두 노동자가 기계 교체작업 중에 장비가 가동되거나 기계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최 회장이 올해 초 포스코그룹 운영회의에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작업 지시를 받거나 신체적 혹은 정서적 요인으로 일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으면 작업자가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는 말과 배치된다.

당시 포스코는 최 회장의 안전 최우선 경영 방침에 따라 설비가동 중 정비 및 수리작업 금지 원칙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겠다고 2월3일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실제 제철소에서 일하다 보면 작동하는 기계를 정지시키지 못한 채로 수리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제철소와 포스코에서는 서로 연관된 공정이 많아 수리 때마다 작업 관리자에게 일일이 작업정지를 요청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산업재해 사고 줄이기 위한 테스크포스 구성을 지시하면서 최 회장으로서는 후진국형 재해와 관련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11일 국무회의에서 “추락사고나 끼임사고와 같은 후진적 산재사고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며 안경덕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산재 예방을 위해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에 문의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