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로젠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미국 나스닥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 김재섭 에이프로젠 대표이사.
유니콘기업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벤처기업을 말한다.
에이프로젠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데 2019년 12월 국내 바이오기업 처음으로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의 유니콘기업 명단에 등재됐다.
12일 제약바이오업계와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에이프로젠이 최근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을 상장 대표주관사로 선정하며 상장일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프로젠의 기업가치가 최대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지난해 11월 에이프로젠과 자문계약을 맺은 일본 노무라증권은 에이프로젠의 기업가치를 5조 원 수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프로젠의 계획대로 기업공개가 진행된다면 올해 안에 공모 청약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프로젠은 9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상장예비심사에는 대개 2개월 정도가 걸린다.
에이프로젠은 애초 미국 나스닥 상장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준비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코스피 상장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섭 에이프로젠 대표이사는 올해 4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글로벌 임상에 들어가는 바이오시밀러가 3개나 있어 자금조달이 중요하다”며 “나스닥 상장은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해 코스피 상장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이프로젠은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등 2종 바이오시밀러의 전임상을 마치고 곧 임상에 들어갈 것으로 파악된다.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임상3상 진입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에이프로젠이 미국 나스닥 상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바이오시밀러시장 규모가 국내보다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가 훨씬 크다. 나스닥에 상장하는 게 현지시장을 공략하는 데 수월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최초의 유니콘기업인 쿠팡이 미국 뉴욕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대규모 자금확보에 성공한 일도 에이프로젠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쿠팡의 미국 상장을 계기로 마켓컬리, 카카오엔터, 두나무 등이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는 등 국내 유니콘기업의 해외상장 움직임이 이전보다 활발해졌다.
에이프로젠의 코스피 상장이 어그러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나스닥 상장 추진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에이프로젠은 국내에서 여러 번 코스닥 상장을 시도했는데 김재섭 대표의 책임논란 등이 이유가 돼 상장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재섭 대표는 그가 대표로 있던 제넥셀세인을 2009년 매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적 부진으로 상장폐지됐다. 이를 두고 김 대표에게 상장폐지 책임이 있다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이때의 책임 논란은 이후 에이프로젠이 상장 시도에 번번이 실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에이프로젠은 지난해에는 에이프로젠KIC, 에이프로젠H&G와 합병해 우회상장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합병비율과 기업가치 산정 등을 놓고 금융감독원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이조차도 무산됐다.
에이프로젠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규모만 놓고 봤을 때 국내에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연간 매출 규모는 2020년 연결실적을 기준으로 248억9395만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