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2일 금융계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일명 ‘신한 사태’라고 불리는 일이다. 당시 라응찬(76) 회장과 이백순(62) 신한은행장이 주도하여 신상훈(66)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신한은행 측은 신 전 사장의 행장시절 친인척 관련 여신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내부조사 결과 950억원에 이르는 대출 취급 과정에서 배임혐의가 있었고, 채무자에 대해선 횡령혐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신한사태의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

  라응찬-신상훈의 끝나지 않는 신한 파워게임  
▲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고소의 발단은 신 사장이 라 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었다. 둘은 30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주역들이었다. 신 전 사장 말에 따르면, 2008년 산업은행 총재 후보로 거론될 때엔 라 전 회장이 “신상훈은 내 후계자이니 빼가지 말아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두 사람은 돈독한 사이였다. 그러나 2010년 6월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이 불거진 과정에 두 사람은 틀어졌다. 라 회장은 신 사장이 이를 슬쩍 흘린 것으로 봤다. 그러나 신 사장은 나중에 이와 관련해 “(외부에 이를 흘렸다는 얘기에) 말도 못하고 억울하다”고 부인했다.

표면상으로는 배임과 횡령을 둘러싼 공방이었지만 실상은 신한 내부의 파워게임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당시 1인자 라응찬 회장이 3인자 이백순 행장과 손을 잡고, 2인자 신상훈 사장을 몰아내려고한 것이었다는 분석이다. 신 전 사장은 신한은행으로 고소를 당해 법정에 서고, 이 전 행장은, 신 전 사장을 지지하는 재일교포 주주들로부터 고소를 당해 신 전 사장과 함께 법정에 섰다.

  라응찬-신상훈의 끝나지 않는 신한 파워게임  
▲ 신상훈 전 신한 사장
재판부 역시 파워게임으로 본 듯하다. 재판부는 2013년 12월26일 열린 2심 공판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사건은 라응찬(전 회장)과 이백순(전 행장)의 주도로 신한은행이 신상훈(전 사장)을 고소한 데서 비롯됐다. 이로 인해 신상훈은 신한지주 사장을 중도에 사임해야 하는 불이익을 입고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미친 파장 역시 매우 컸다. 그런데 그 고소의 경위나 의도가 매우 석연치 않은 사정이 엿보일 뿐 아니라 고소 내용도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 그러면서 법원은 신 전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2013년 1월16일 1심에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은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 신 전 사장은 2,000만원 벌금형으로 감형되고, 이 전 행장은 원심이 유지되었다. 금융회사 임원 취업의 결격사유는 금융 관련 법령 위반의 경우 벌금형 이상, 일반 형법 위반의 경우 금고형 이상이다. 신 전 사장은 횡령으로 벌금형을 받아 금융회사 임원으로 취업하는 데 제한이 없어졌다. 이 전 행장은 금융 관련 위반 혐의로 금고형을 받아서 취업불능 상태다. 당초 은행 측이 제기한 부실 대출, 횡령 등 6가지 혐의에 대해 신 전 사장은 무죄를 인정받았다. 신 전 사장의 승리나 마찬가지였다.

  라응찬-신상훈의 끝나지 않는 신한 파워게임  
▲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2심 판결 후 신 전 사장은 "재판을 통해 무죄가 증명됐다"며 "후배들에게 나에 대한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고 내 명예가 95점 정도 회복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신 전 사장은 이 정도에서 멈추지 않았다. 신 전 사장은 "나는 피해자"라며 명예회복을 위한 복직 의사를 강력히 피력했다.

법원에서는 승자와 패자로 나뉘어졌지만 실상은 모두가 패자라는 분석이다. 라 회장과 신사장으로 양분된 권력다툼은 결과적으로 신한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한동우 현 신한금융 회장은 “신한 사태로 인한 갈등은 신한답지 못하고, 고객의 신뢰를 떨어뜨리며, 후배에게 상처를 준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신한사태에 연루된 세 사람은 모두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모두 상처 입은 ‘패자’다. 이 사건으로 신한의 대외신인도 역시 크게 하락했고, 거액의 소유주들은 자금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경우도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