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실리콘부문이 KCC의 1분기 실적 개선을 이끌며 애물단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실리콘부문은 올해 계속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정몽진 회장은 실리콘부문의 과감한 투자가 무리한 것 아니었냐는 우려를 씻어낼 수 있게 됐다.
 
KCC 실리콘이 1분기 실적 이끌어, 정몽진 과감한 투자의 우려 씻어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


KCC는 2분기에 기존 사업부문인 건자재와 도료부문도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선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11일 KCC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경기가 살아난 영향에 따라 모멘티브퍼포먼스머터리얼스(모멘티브)를 중심으로 하는 실리콘사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

KCC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3625억 원, 영업이익 774억 원 올리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44%, 영업이익 275.68% 늘어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KCC 관계자는 "1분기에 큰 폭으로 실적을 개선 한 것에는 모멘티브 중심의 실리콘사업 성과가 큰 영향을 줬다"며 "백신 접종이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대응이 본격화되면서 실리콘부문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실리콘은 의료, 제약, 화장품, 건축, 자동차, 전기전자, 우주, 항공산업 등에 쓰이는 등 응용제품만 5천여 가지 정도로 쓰임새가 많다. 

특히 최근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배터리의 소재로도 쓰이는 만큼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시장조사회사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실리콘시장은 2020년 140억 달러에서 2025년 233억 달러까지 연평균 10.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몽진 회장으로서는 모멘티브 아래로 KCC실리콘과 영국 실리콘자회사인 KCC바실돈, 중국 광저우 법인 KCG의 실리콘사업부를 모으는 등 대대적 조직개편을 추진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힘썼던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한 셈이다.

정 회장이 모멘티브를 인수할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무리한 인수였다는 평가도 나왔었다.

모멘티브는 인수 초기 실적이 부진하고 인수의 영향으로 KCC는 부채가 늘어나는 등 재무부담만 커졌다는 것이 이유로 꼽혔다.

정 회장은 1월7일 KCC의 실리콘부문 계열사들을 모멘티브 아래로 모아 비용 최적화와 기술교류, 판매망 확대 등에 나섰다.

정 회장은 '2020 KCC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모멘티브 인수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성공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첨단소재기업'이라는 회사의 정체성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하는 등 실리콘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모멘티브의 부진 탈출에 힘써왔다.

정 회장은 2019년 세계시장 3위 모멘티브를 인수하기 이전부터 실리콘사업을 KCC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꾸준히 사업확장을 도모해 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했던 유기실리콘사업은 생각만큼 크게 성장하지 못했고 야심차게 도전한 폴리실리콘(무기실리콘)사업도 태양광발전의 업황 부진으로 쓴맛을 봤다.

다만 정 회장은 이번 실적 개선을 발판삼아 곧바로 실리콘부문의 투자 확대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KCC 관계자는 "모멘티브 인수에 따라 재정 건전성이 나빠진 상황이라 지금 당장 투자를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CC는 실리콘부문 뿐만 아니라 건자재와 도료 등 기존 사업부문의 매출도 늘어나고 있어 2분기부터 실적 개선의 폭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자재와 도료시장은 건설과 관련된 만큼 날씨가 추운 1분기는 비수기, 2분기는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기로 평가된다. 또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건설경기와 건축자재 수요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건설수주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2019년보다 17% 증가한 194조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 평균 수주액인 160조 원과 비교해도 20% 늘어난 수치다.

KCC는 2020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PVC창호는 34% 점유율로 2위, 건축자재는 60% 점유율로 1위를 나타내고 있다. 

도료부문에서는 건축용 도료에 더해 선박 도료의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KCC는 "컨테이너선 운송비 주요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가 2021년 사상 최고치를 달성하면서 선박 발주의 증가가 현실화되고 있어 선박 도료의 전망도 밝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정책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의 발주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