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호 경동나비엔 대표이사 회장이 10년 넘게 공들인 공조(공기조화)분야 사업에서 올해부터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올해 3월 주방환기 기능까지 탑재한 청정환기시스템인 키친플러스를 출시하면서 커지고 있는 시장에 올라탈 준비를 마쳤다.
 
경동나비엔 환기시스템을 새 성장동력으로, 손연호 10년 공들인 보람

▲ 손연호 경동나비엔 대표이사 회장.


9일 공조업계에 따르면 손 회장이 환기시스템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성숙기에 접어든 가스보일러사업 밖에서 경동나비엔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준비라는 해석이 나온다.

손 회장은 2006년부터 공조분야 사업 진출을 시사하며 회사이름을 경동나비엔을 바꾸고 연구개발을 통해 공기순환과 필터 분야 기술을 축적하는 데 노력해왔다.

손 회장의 그동안 노력이 올해부터 결실을 맺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공조업계가 이런 판단을 내놓는 배경에는 지난해 10월부터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는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있다.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공동주택 및 주상복합 건축물의 환기시스템 설치 의무화기준을 100세대 이상에서 30세대 이상으로 확대하고 노인요양시설, 어린이 놀이시설,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도 환기설비를 설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1년 아파트 신규분양 및 재개발 가구 수는 39만 호에 이르는데 올해부터는 기존에 포함되지 않았던 30세대 이상 주상복합 아파트에도 환기시스템 설치가 의무화 돼 환기시스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용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동나비엔은 보일러기업을 넘어 생활환경기업으로 변화하려고 한다"며 "환기시스템이 새로운 성장의 드라이버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IBK투자증권은 경동나비엔이 2021년 연결기준 매출 1조100억 원, 영업이익 860억 원을 내 2020년보다 매출은 15.7%, 영업이익은 28.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수치는 경동나비엔이 신사업인 환기시스템에서 매출 1천억 원을 달성해야 가능한 전망치다.

국내 환기시스템시장 규모는 아파트 수요가 약 3천억 원, 학교와 요양시설 등 공공건물 조달시장은 15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경동나비엔은 2019년 처음 환기시스템 제품을 출시한 이후 아파트 건설시장에서 8% 점유율(업계 추정 약 300억 원)을 차지하며 1위 에어패스(29%)와 2위 하츠(16%) 등을 뒤쫒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환기시스템 시장은 이제 막 커지고 있는 시장으로 구체적 점유율이나 매출을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올해 출시한 신제품을 적극 홍보해 기업 사이 거래(B2B)와 기업 소비자 거래(B2C) 모두 성과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동나비엔은 국내 최초로 보일러에 콘댄싱기술을 도입하는 등 시장을 이끌었지만 가스보일러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콘덴싱이란 '응축'이란 뜻으로 보일러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속 열까지 난방에 활용해 가스비와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일컫는다. 최근 가스보일러 기업들은 기존 일반보일러를 콘텐싱보일러로 바꾸는 수요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경동나비엔에게 국내 가스보일러 판매대수가 2017년 이후 신규 및 교체수요를 포함해 120만 대 수준으로 정체된 점은 부담이다. 그 원인으로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구비율이 늘면서 가스보일러 중심의 개별난방을 지역난방이 대체해가는 점이 꼽힌다.

또 현재 가스보일러시장을 지탱하는 콘덴싱보일러 교체사업이 건당 20만 원의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가 된다. 향후 정부지원이 중단된다면 경동나비엔이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동나비엔은 2020년 연결기준 매출 8734억 원을 냈다. 이 가운데 가정용 보일러는 52%(4500억 원), 온수기는 36%(3100억 원)를 차지했다. 환기시스템을 포함한 기타 사업은 전체 매출의 12%(1천억 원)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