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원그룹의 후계자인 이건훈 FMK 사장의 앞길은 어떻게 될까?
이 사장은 동아원그룹의 후계자이지만 사정상 효성그룹 계열사인 FMK 대표이사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이번에 사조그룹이 동아원그룹을 사실상 인수하면서 이 사장의 거취가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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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훈 FMK 대표이사 사장. |
2일 업계에 따르면 사조그룹은 1천억 원에 한국제분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했다. 한국제분은 동아원 최대주주에 올라있어 사실상 동아원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다.
채권단의 승인을 받아야 인수가 마무리되지만 이희상 동아원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상 사조그룹의 동아원 인수는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사조그룹이 동아원을 인수하면 동아원그룹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동아원그룹 후계자인 이건훈 사장의 향후 거취가 주목받는 이유다.
사조그룹은 동아원의 모든 임직원에 대해 고용승계 약속을 했지만 공교롭게도 이건훈 사장은 동아원이 아닌 다른 기업에 몸담고 있다.
이건훈 사장은 1981년 생으로 이희상 동아원 회장의 외아들이다. 이 회장은 1남3녀를 두고 있는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이 사장이 유일하다.
이 사장은 2014년 3월 동아원에 입사했다. 해방둥이인 이 회장의 나이를 고려해 조만간 이 사장이 회사를 물려받을 것으로 점쳐졌다.
이 사장은 그해 6월 포르쉐와 마세라티를 수입판매하는 FMK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 사장이 첫 경영수업지로 FMK를 낙점한 것은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장의 경영수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표 취임 후 1년도 안돼 FMK가 동아원그룹에서 효성그룹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효성은 지난해 3월 동아원으로부터 FMK를 200억 원에 인수했다. 효성은 계열사인 더클래스효성과 효성토요타, 더프리미엄효성 등을 통해 수입차사업을 하고 있어 FMK 인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효성의 FMK 인수는 사돈기업인 동아원의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희상 회장이 조현준 효성 사장의 장인이기 때문이다.
그 덕분인지 이건훈 사장은 효성 인수 이후에도 FMK 대표이사 지위를 유지했다. 효성 쪽 인사인 김광철 대표이사가 새로 선임됐으나 이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이뤘다.
이때만 해도 이건훈 사장이 사돈기업의 배려 속에 대기업인 효성그룹 계열사에서 경험을 쌓고 무난하게 동아원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동아원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경영수업을 받기보다 회복국면에서 돌아오는 것이 후계자로서 명분을 쌓기에 유리한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아원이 사조그룹에 넘어가면서 이건훈 사장은 고향을 잃어버린 셈이 됐다.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아 효성그룹 계열사에서 눈칫밥을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사장의 입지는 효성그룹 내부사정과 맞물리면서 더 좁아질 수도 있다.
효성그룹은 오너 3세로 경영승계 과도기다. 장남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효성이 다양한 사업부문을 분할해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수입차사업은 조현상 부사장이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조 부사장은 2003년부터 효성의 수입차사업을 실질적으로 맡아왔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더클래스효성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8월 FMK 사내이사로 선임돼 이건훈 사장과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효성의 경영권 승계가 속도를 낼 경우 두 사람의 역학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