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시장에서 각각 2, 3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1위인 삼성자산운용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모두 상장지수펀드(ETF)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는데 이에 발맞춰 각 그룹 소속 자산운용사도 시장 확대를 위한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올 보인다. 
 
미래자산운용 KB자산운용 ETF 점유율 약진, 박현주 윤종규 높은 관심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왼쪽)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4월 말 기준으로 국내 상장지수펀드시장에서 순자산가치 점유율 49.9%를 나타냈다. 줄곧 유지해오던 과반 점유율을 지키는데 실패한 것이다.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3위 KB자산운용이 올해 들어 상장지수펀드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을 뺏어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삼성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 시장 점유율은 52%, 운용규모는 27조506억 원이었다. 4월 말에는 순자산총액은 29조257억 원으로 2조 원가량 늘었다.

삼성 쪽의 운용자산 규모는 늘었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더 큰 순자산총액 증가폭을 보이면서 점유율이 2%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25.3%에서 28.0%로, KB자산운용은 6.5%에서 8.1%로 높아졌다.

서유석 김미섭 미래에셋자산운용 각자대표이사와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이사는 테마형 상장지수펀드 발굴, 최저수수료정책 등을 펼치며 삼성자산운용과 비교해 상대적 열세에 놓인 국내 상장지수펀드시장에서 고객 확대에 나서고 있다.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금까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인수한 현지 운용사를 통해 해외 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테마형과 액티브형 상장지수펀드 등 다양한 구성의 상장지수펀드를 중심으로 국내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상품은 129종으로 삼성자산운용(119종)보다도 많다.

국내 상장지수펀드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는 서유석 김미섭 각자대표이사 사장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그동안 해외 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외연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서 대표는 상장지수펀드 전문가로 2012년부터 4년 동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 마케팅부문 대표를 맡아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상장지수펀드 운용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상장지수펀드 운용시장에서 미래에셋대우의 경쟁력을 키워온 해외전략 전문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월 말 기준으로 한국, 미국, 홍콩 등 10개국에서 약 325개, 66조4500억 원 규모의 상장지수펀드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아직 60조 원에 미치지 못하는 국내 전체 상장지수펀드보다도 더 큰 규모다.

3위 KB자산운용은 최저수수료를 내세우며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상장지수펀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자산운용은 올해 들어서만 최저보수 전략을 적용한 상장지수펀드상품을 5종(KBSTAR미국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KBSTAR유로스톡스50, 코스피200, 코스피200TR, 나스닥100 상장지수펀드)이나 출시했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멀티솔루션본부 명칭을 ETF&AI 본부로 바꾸는 등 상장지수펀드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으로 SK증권과 코람코자산운용, 현대자산운용을 이끈 경험이 있는데 올해부터 단독대표로서 공격경영을 지휘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2018년부터 각자대표 체제를 이어오다 올해 들어 단독대표체제로 전환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상장지수펀드시장에 높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두 회사의 약진과 연관지어 보는 시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신화로 불리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1월 이례적으로 유튜브를 통해 대중 앞에 나서 투자와 관련한 철학을 공유했다.

당시 박 회장은 상장지수펀드를 '지난 30년간 자본시장의 최대 혁신' 가운데 하나로 꼽으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 몇가지를 추천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지난해 전체 그룹회의에서 국내 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KB자산운용을 앞서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직접 언급하며 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