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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남양유업 가래로도 못 막는다, 홍원식 가족경영 늦은 후회

고두형 기자 kodh@businesspost.co.kr 2021-05-04 15: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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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남양유업 가래로도 못 막는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148795'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홍원식</a> 가족경영 늦은 후회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다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더욱 적극적 자세로 나서 사과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

4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며 한 말이다.
 
홍 회장이 왜 진작 이런 인식을 하지 못했는지 때늦은 후회라고 할 수밖에 없다.

홍 회장은 4분 남짓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담담하게 사과문을 읽어가다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한 뒤 울먹이다 결국 눈물을 훔쳤다.

홍 회장의 눈물에는 50년 가까이 일해 온 남양유업을 떠나야 하는 착잡한 심정에 더해 남양유업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안일하게 대응한 후회의 의미도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홍 회장이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사태, 경쟁사 비방 댓글사건 등을 수습하는 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회장에서 물러나는 상황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은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남양유업은 2013년 5월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붓고 할당된 판매물량을 대리점에 강제적으로 떠넘기는 이른바 ‘밀어내기’를 한 것이 알려지며 위기를 맞았다.

당시 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 등 남양유업 임직원들이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홍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홍 회장은 대주주일 뿐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국민사과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남양유업이 경쟁기업을 두고 악성 댓글작업을 조직적으로 벌인 사건에서도 홍 회장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홍보담당자의 자의적 잍탈로 치부했다.

이런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홍 회장이 소비자 주권,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중요시하는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이 부각되는 것 역시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 회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의 지배구조가 홍 회장과 가족을 중심으로 굳건하다는 점은 홍 회장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쇄신하는데 소홀한 모습을 보인 이유로 꼽힌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로 지분 51.68%를 들고 있다.

3월 말 기준으로 남양유업 이사회는 모두 6명이다. 사외이사 2명과 홍 회장, 홍 회장의 어머니 지송죽씨, 홍 회장의 첫째 아들인 홍진석 상무,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홍 회장은 1990년 남양유업 사장, 2003년 남양유업 회장에 오르면 남양유업 성장을 이끌었다.

사업 다각화보다는 시설 재투자 및 품질향상 등을 통해 유가공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2000년 남양유업 사장 시절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유가공업시장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게 급선무지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2010년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당시 식품기업 가운데 매출 1조 원을 넘은 곳은 롯데칠성음료, 농심, CJ제일제당 등 몇몇 기업뿐이었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0월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무차입경영을 실시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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