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건희 전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등 삼남매가 상속한 것을 놓고 당장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지분 상속은 이 회장이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했던 구조가 이 부회장에게 동일하게 승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오너일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핵심 계열사로서 역할과 삼성생명 기초체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전 회장 지분 20.8% 중 절반에 해당하는 10.4%를 물려받았다. 이부진 사장은 6.9%, 이서현 이사장은 3.5%를 받아 삼남매의 상속비율은 3대 2대 1이다. 홍라희 전 삼성리움미술관장은 삼성생명 지분을 받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이번 지분 상속에서 유일하게 법정 비율대로 상속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다. 그만큼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고리로서 중요성이 고려된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상속으로 삼성전자 최대주주에 올랐다. 삼성전자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지분을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많이 받은 셈이다.
다만 삼성생명 지분 상속비율이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생명 지분이 전체 상속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로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 중심 가족경영이란 상징성 이외에 특별한 의미를 찾기 어렵다”며 “공개되지 않은 주식 이외 상속재산 배분에 따른 상속비율 조정 방편일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생명 지분 상속이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회장의 주식재산과 관련해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내야 하는 상속세는 모두 11조 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 배당을 고려해도 개인별로 1조~1조5천억 원 넘는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분을 제외해도 삼성SDS와 삼성엔지니어링, 삼성화재 등 지분을 처분하면 상속세를 마련하는 데 사실상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다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어 기대할 수 있는 배당이익도 크지 않은 데다 삼성SDS 지분도 이 부회장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한다고 가정하면 상속세 부담을 5천억~1조 원 이상 추가로 덜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유지해야 해 삼성생명 지분을 팔기 어렵지만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굳이 삼성생명 지분을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이건희 전 회장이 사망한 뒤 증권가에서 이 전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 가운데 10%가량은 처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물산(19.3%), 삼성문화재단(4.68%), 삼성생명공익재단(2.18%) 등도 삼성생명 지분을 들고 있어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받은 지분의 합계는 10.4%로 시장에서 예상한 처분 가능 지분규모와 거의 일치한다.
단순히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라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지분 차이를 설명할 수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부진 사장은 이서현 이사장의 2배에 해당하는 삼성생명 지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계열분리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이 떠오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향후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전자·바이오, 내수, 금융 등으로 계열분리를 뼈대로 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 시기는 불확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