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밥의 절대강자 CJ햇반이 흔들리고 있다. 롯데마트가 만든 PB(자체상표상품) 즉석밥이 CJ햇반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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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은 고민이 깊어졌다. 김 사장은 지난해부터 4천여 개 상품을 철수하며 잘나가는 상품에만 집중하고 있던 터라 CJ햇반의 위상을 어떻게 지킬지 주목된다.
롯데마트 PB제품인 ‘햇쌀한공기 즉석밥’ 4종은 4월17일 출시되고 지난달 29일까지 42만1천 개가 팔렸다고 롯데마트가 2일 밝혔다. 같은 기간에 ‘즉석밥 원조’인 CJ제일제당의 CJ햇반은 50만2천 개가 팔렸다. 후발주자가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마트 PB즉석밥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기존 제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가격 덕분이다. 햇반 가격이 평균 개당 1269원인 데 비해 롯데마트 PB즉석밥은 개당 600원이다. 롯데마트 PB즉석밥은 ‘반값 즉석밥’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또 제품명에 ‘이천’과 ‘김포’ 등 쌀의 생산지를 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인 점도 인기에 한몫 했다. 롯데마트는 지역농협의 쌀을 대량구매해 기술력을 검증받은 중소제조업체에 쌀을 제공하는 방식을 소비자들에 홍보했다. 롯데마트는 농협이라는 친숙한 업체를 끌어들여 소비자에게 낯선 PB상품을 믿게 하겠다는 전략을 펼쳤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절반인 데다 이전에 다른 PB즉석밥에서 의구심이 들었던 품질까지 안심하게 되면서 지갑을 기꺼이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롯데마트가 출시 초기에 1주일 가량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CJ햇반 판매량을 따라잡을 것으로 점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번에는 점포들의 발주량이 예상보다 많아 중소제조업체의 최대 생산량을 초과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최진아 롯데마트 양곡MD(상품기획자)는 “소비자들에게 단순히 가격에만 어필했다면 이처럼 인기를 끌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일부업체가 상품과 가격을 주도하는 즉석밥시장에서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을 출시한 점이 컸다”고 말했다.
CJ햇반은 그동안 ‘국민 즉석밥’으로 통했다. CJ햇반은 단일 상품군 이름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즉석밥을 통칭하는 일반명사가 됐다. CJ제일제당은 1996년 CJ햇반을 출시한 이후로 즉석밥 시장점유율 70%를 넘기며 시장을 지배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대기업이 즉석밥 가격거품을 일으킨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틈을 타서 대형마트 PB즉석밥이 속속 나타났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CJ햇반(210g•6개)은 7960원이지만 이마트 PB즉석밥은 같은 용량이 3980원이다. 우수중소기업과 손을 잡은 홈플러스 PB즉석밥도 저렴한 가격으로 지난해에 비해 44%나 매출이 올랐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실적이 악화되면서 대대적으로 상품군을 정리했다.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모든 분야에서 잘 하기 위해 제품을 내놓기 보다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있는 브랜드를 키워라”고 주문했다.
김 사장은 수익성이 없는 상품은 모두 철수해 잘되는 상품에 선택과 집중하기로 했다. 이미 카레, 간장, 캔막걸리 등의 사업을 접었다. 4천여 개에 달하는 가공식품도 빠르게 철수했다. 이처럼 김 사장이 상품수 정리를 하면서 자구책을 쓰고 있는데 오히려 믿었던 인기상품에서 뜻밖에 복병을 만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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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마트의 PB즉석밥 '햇쌀한공기 즉석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