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열 HSD엔진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수수실적 1조 원을 달성할까? 그렇게 되면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세계적으로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벙커유와 같은 재래식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구형 엔진을 탑재한 선박을 교체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청정연료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하는 선박엔진을 만드는 HSD엔진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증권회사 분석을 종합하면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엔진을 교체해야 하는 선박이 상당한 규모여서 한국 조선사와 선박 부품회사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높은 출력과 좋은 품질을 지닌 LNG추진선 엔진을 만드는 업체는 세계에서 현대중공업과 HSD엔진 두 곳밖에 없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만드는 엔진은 현대중공업그룹 자체 건조선박에 주로 쓰인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제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LNG추진선 교체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대중공업과 함께 HSD엔진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1월부터 선박연료유의 황함유량 상한선을 대폭 강화한 데 이어 2023년부터 선박의 탄소배출량을 2008년 평균치보다 30% 감축하도록 강제하는 정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런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운항속도에 큰 제약을 받는다. 이는 선박의 가용 톤마일(선박의 수송량 단위) 하락으로 이어져 해운시장에서 선박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선박시장에서 연료전환과 선박교체는 빨라지고 있다.
고영열 사장은 선박연료 전환과 선박교체 흐름을 이용해 HSD엔진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수주전략을 펼치고 있다.
HSD엔진 관계자는 “공시규정이 있어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애초 수주계획보다 현재 수주상황이 상당히 좋다”며 “1분기에는 4천억 원 가까이 수주를 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연간 수주실적인 6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운항 중인 선박 2만6천여 척 가운데 2013년 이후에 인도된 선박 8천여 척은 가스연료 추진방식으로 추진체계 개조가 가능한 전자제어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이전에 인도된 1만7천여 척의 선박들은 추진체계 개조가 불가능한 기계식 엔진을 탑재하고 있어 선주사들의 교체발주가 필요하다.
조선업계에서는 선박교체 수요가 기술력이 높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에 몰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HSD엔진은 이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어 LNG선 발주가 한국 조선사에 몰리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올해 2분기 중에 카타르 LNG선 발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러시아 에너지기업 노바텍도 6척에 이르는 쇄빙LNG선을 추가로 발주할 뜻을 내비쳐 증권업계에서는 HSD엔진의 수주실적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고 사장도 추가적으로 대형수주를 따내기 위해 영업에 힘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HSD엔진 관계자는 “올해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예전 수주와 연관돼 있다는 점을 참고하길 바란다”며 “현재 조선업황에 비춰볼 때 2011년 수주 1조 원을 넘어선 뒤 10년 여만에 연간 수주실적 1조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이를 넘어서는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