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다가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의 시설투자를 진행해 영업이익 신기록을 쓴 경험이 있다. 올해도 삼성전자가 당시에 뒤지지 않는 ‘역대급’ 규모의 시설투자로 내년을 대비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
3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DS부문(반도체사업)에서 인수합병을 제외한 순수 시설투자를 역대 최대 규모로 집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29일 2021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 9조7천억 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8조5천억 원이 반도체에 집중됐다.
삼성전자가 1분기 규모의 투자를 4분기까지 이어간다면 반도체사업에서 단순 시설투자만 30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의 증설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 증설에 20조 원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본다.
이 투자계획이 더해지면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시설투자금액은 50조 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DS부문에서만 32조9천억 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삼성전자가 이런 큰 투자 이후에 숨고르기도 없이 지난해를 뛰어넘는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반도체시장이 슈퍼사이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안에 평택 파운드리 2라인의 양산을 시작해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까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제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공개한 4월 메모리반도체 고정거래가격 동향에 따르면 D램(PC용 8GB)은 고정거래가격이 평균 3.8달러로 집계됐다. 3월보다 26.67% 높아졌다.
낸드플래시는(범용 제품인 멀티레벨셀 128GB 제품) 평균 4.56달러로 집계됐다. 3월보다 8.57% 올랐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3개월 만에,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6개월 만에 올랐다.
트렌드포스는 “D램은 3분기에도 가격이 3~8%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낸드플래시도 장기적으로 가격 강세를 보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2017~2018년 이어졌던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비슷한 수준의 호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7년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3천억 원의 시설투자를 반도체에 집중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탈 준비를 했었다.
이 투자는 삼성전자가 2018년 연결 영업이익 58조8867억 원을 거둬 영업이익 신기록을 새로 쓰는 ‘대박’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로서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올해 대규모의 시설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정비하면서 내년 실적을 향한 기대를 품어봄직하다.
증권업계에서도 삼성전자의 실적을 향한 기대가 크다.
삼성전자가 2022년 거둘 영업이익을 향한 증권사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는 61조6307억 원이다. 올해 실적 전망치보다 29.5% 증가하는 것이며 2018년의 58조8867억 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치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는 가격 상승세가 확인되고 있고 하반기 및 내년까지의 수요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를 포함한 제조사들이 모두 생산량 확대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파운드리시장도 중장기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자들은 이미 공격적 투자계획을 내놨다.
이에 앞서 3월 인텔은 파운드리시장 재진입을 천명하며 올해만 22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만 TSMC는 3년 동안 112조 원을 투자하는 장기 계획을 세웠는데 올해 투자금액만 33조5천억 원에 이른다. TSMC는 이 투자계획과 별도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대만에서 3조 원의 추가 투자계획을 내놨으며 유럽에서도 투자조건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경쟁자들에 투자규모에서 밀릴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인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항상 선제적 투자를 통해 호황의 수혜를 극대화해 왔다”며 “반도체 장기호황이 눈앞에 다가온 만큼 조만간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