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연임 뒤 첫 성적표에서 좋은 실적을 냈다.

권 행장은 다양한 업종과 업무협약을 통해 우리은행 디지털 전환에 고삐를 죄는 동시에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권광석 우리은행장 연임 뒤 첫 분기 실적 좋아, 과점주주 신뢰확보 초석

권광석 우리은행장.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 행장이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과점주주들의 실적 부진 우려를 씻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권 행장은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돼 이번 임기를 시작한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다만 임기를 1년밖에 부여받지 못한 만큼 한 번, 한 번의 실적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앞서 권 행장이 연임하는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들로 구성된 이사회의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왔다.

통상 금융권에서는 최고경영자에 '2+1' 임기를 부여하지만 권 행장은 2020년 취임 첫해에 임기 1년을 받은데 이어 올해 연임 과정에서도 임기가 1년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 추천위원회는 3월4일 권 행장을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추천하면서 "지난해 경영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올해의 경영성과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권 행장의 임기를 1년 더 연장해 경영성과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종후보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런 깐깐한 눈높이에 맞춰 권 행장이 경영성과를 보여주는 데 실적 개선 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우리은행은 1분기에 순이익 5894억 원을 거뒀다. 2020년 같은 기간보다 17%가량 늘어났다.

권 행장이 연임 후 첫 실적발표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들어 이사회의 실적부진 우려를 어느 정도 씻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행장은 올해 들어 우리은행 영업효율화에 집중했는데 올해 1분기 결실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1월4일부터 거점점포 한 곳과 근처 영업점 4~8곳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 영업점 협업체계 'VG(같이그룹)'제도를 시행했다.

거점점포를 중심으로 근처 영업점을 그룹으로 묶어 협업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공동영업을 확대하고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다. 공동평가를 통해 같은 그룹으로 묶인 영업점 사이에 소모적 내부 경쟁을 막고 공동 목표달성을 위한 협업을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에 이자이익(5.7%), 비이자이익(2.3%)이 모두 증가해 순영업이익 1조6440억 원을 거뒀다.

판매관리비는 7950억 원으로 2020년 1분기보다 1.2% 줄어들었다.

우리은행이 1분기에 거둔 실적은 경쟁 시중은행들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은행과 비은행계열사 실적이 모두 반영된 금융지주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우리금융지주(6716억 원)는 KB금융지주(1조2701억 원), 신한금융지주(1조1919억 원), 하나금융지주(8344억 원)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은행별 실적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은 하나은행 순이익 규모인 5755억 원을 넘어서 3위에 올랐다.

순이익 상승율을 놓고 보면 KB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2020년 1분기 대비 순이익 상승률은 KB국민은행 17.4%, 우리은행 16.9%, 신한은행 4.8%, 하나은행 3.7% 등이다.

권 행장이 맡은 1년 동안 은행업권에서 우리은행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셈이다.

권 행장은 2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은행 디지털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모든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순히 전산시스템 구축을 통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올해부터는 마이데이터 등 디지털신사업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권 행장은 보수적으로 꼽히는 은행권에서 디지털 전환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앞서 올해 1월22일 열린 우리은행 2021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 경쟁 은행 대표인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를 특별 강연자로 초빙하기도 했다. 이는 권 행장이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금융권에서 경쟁사 CEO를 초청한 것은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권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1년 우리은행이 나아갈 방향으로 '디지털 최우선, 디지털 주도'로 정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은행이 최근 디지털 전환을 위해 다양한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어 조만간 사업단위에서도 가시적 성과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올해 들어 롯데카드, KT, 네이버, 네이버파이낸셜, 금융결제원, 한국간편결제진흥원 등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등 다양한 디지털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부터 고객행동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맞춤상품을 추천해주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개인 투자성향과 시장상황을 반영한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도 선보였다.

18일에는 우리은행 모바일뱅킹 앱인 우리원(WON)뱅킹을 마이데이터시대에 맞춰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도화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은 늘고 판매관리비는 줄여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빅테크와 경쟁에서 앞서 가기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