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올해 비은행계열사를 중심으로 실적을 크게 늘리겠지만 라이벌인 KB금융지주를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나온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신한금융의 차별화된 자본여력을 앞세워 해외에서 인수합병 매물을 적극적으로 찾으며 외형 성장을 통한 선두 탈환의 기회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6일 “신한금융지주 1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라며 “우호적 경영환경에 비은행계열사를 중심으로 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신한금융지주는 1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1조1919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냈다.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 등 비은행계열사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84.4% 늘어나며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라이벌인 KB금융지주가 1분기 순이익 1조2701억 원으로 신한금융지주를 앞서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금융지주사 순이익 1위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은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가 라임자산운용 펀드 손실사태를 겪으며 영업력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해 KB금융지주와 기업가치 등 측면에서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등 계열사가 당분간 위험성이 높은 펀드상품 판매 등 자산관리사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고객유치와 수수료수익 확보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신한금융투자 등 계열사에서 라임펀드 관련한 손실을 올해 실적에 추가로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신한금융지주가 올해 비은행계열사를 통해 성장에 힘을 받아도 KB금융지주와 차별화할 만한 확실한 전략을 내놓지 않으면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는 일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지주는
조용병 회장 취임 첫해인 2017년에 처음으로 KB금융지주에 순이익 1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선두 탈환에 성공했지만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지난해 다시 2위로 밀렸다.
조 회장이 지난 임기에 보여준 것과 같이 신한금융의 공격적 성장 전략을 통해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으며 역량을 증명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이번 임기에 신한금융의 새 먹거리를 디지털과 글로벌 투자금융(GIB)분야로 정하고 디지털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며 글로벌시장 영업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신사업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확인하기 어렵고 글로벌 투자금융사업 역시 글로벌 대형금융회사와 직접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외형 성장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조 회장이 신한금융지주의 인수합병을 더 공격적으로 주도하는 일이 단기간에 성장세를 가속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금융 계열사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체질 개선 등 작업도 이미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라 외형 성장을 추진하지 않고 이익 규모를 키우는 일은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사모펀드 주주를 대상으로 1조 원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여력 측면에서 KB금융지주 등 경쟁사와 차별화된 장점도 갖추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비용절감 노력을 추진해 사업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다”며 “앞으로 비유기적 성장과 기술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 실적 증가에 기여할 수 있는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면 조 회장이 공격적으로 자금을 인수합병에 활용해 성장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지주는 그동안 인수합병 계획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기 쉽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 제재심의위를 앞두고 신한금융지주에 기관경고를 사전통보했기 때문에 제재가 확정되면 약 1년 동안 인수합병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에 자본 적정성 유지를 이유로 인수합병을 한동안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린 점도 조 회장이 신한금융의 투자 확대에 소극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금감원 제재심의위가 최근 신한금융지주 제재수위를 기관주의로 한 단계 낮춰 내놓으면서 조 회장의 경영활동과 과감한 의사결정이 더욱 활발해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조 회장은 주로 국내 금융회사보다 해외시장에서 신한금융 계열사의 인수합병 기회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동남아 등 해외 금융시장이 한국보다 훨씬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신한금융지주 실적에도 더 크게 기여할 수 있고 한국 금융회사 수익성도 대부분 나빠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23일 열린 콘퍼런스콜을 통해 한국에서 디지털 플랫폼기업, 해외에서는 성장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다만 KB금융지주도 지난해부터 해외 금융회사 인수합병에 뛰어들며 외형 성장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조 회장이 더 과감한 투자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모두 자체 역량으로 이익을 늘리는 데 어느 정도 한계를 맞았다”며 “결국 한동안 인수합병 경쟁이 더 치열하게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