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허 은행장은 남은 2년 동안 부진했던 리브엠 가입실적을 끌어올리고 갈등을 빚었던 노조와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과제를 무겁게 짊어졌다.
15일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리브엠사업 연장을 결정한 만큼 조만간 노사가 만나 향후 사업의 구체적 방향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양측이 만나는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리브엠사업은 2019년 4월17일 KB국민은행이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은 알뜰폰서비스로 같은해 12월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리브엠사업은 허인 은행장의 첫 혁신금융 서비스이자 국내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허인 은행장의 혁신금융서비스 1호다.
당초 허인 은행장은 리브엠을 통해 금융과 통신정보를 결합, 데이터를 활용해 혁신을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송금과 이체, 주식거래 등 대부분 금융서비스가 모바일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만큼 KB금융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금융 플랫폼 전환의 일환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야심차게 발을 내디뎠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혁신성이 부족해 은행이 알뜰폰사업을 한다는 정도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가입자 확보도 예상을 밑돌았다.
무엇보다 리브엠사업은 그동안 번번이 노조 측의 반대에 부딪혀왔다. 노조 측은 KB국민은행이 직원들에게 리브엠 가입자 유치를 사실상 압박하며 실적경쟁을 붙여왔다고 주장해왔다.
당초 2019년 혁신금융사업 승인 당시 금융위원회가 부가조건에서 은행 고유업무에 지장을 주고 과당 실적경쟁을 유발하면 안된다는 조항을 달았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연장과 함께 △리브엠 실적을 지역그룹 대표 역량평가 반영하는 행위 금지 △음성적 실적표(순위) 게시행위 금지 △직원별 가입 여부 공개행위 금지 △지점장의 구두 압박에 따른 강매행위 금지 등 조건을 구체화했다.
금융당국이 영업행위를 구체적으로 제한하며 일부 기준 강화에 나선 만큼 허 은행장은 노조와 합의를 통해 가입자 확대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리브엠을 통한 혁신성을 입증해 보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부터 사설인증서인 KB모바일인증서를 이용해 비대면으로 리브엠 개통이 가능하게 하고 데이터 셰어링(공유)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상품 가입 편의성을 높이고 자체 기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끌어왔는데 영업망 활용 이외에 이런 방식의 시도들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가입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지난 2년 동안 충분한 가입자 유치실적을 보이지 못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리브엠은 3월 말 기준으로 총 12만3576건의 개통실적을 보였다. 당초 리브엠사업을 시작하며 목표로 삼았던 100만 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허 은행장 역시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은 돼야 리브엠업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리브엠사업을 놓고 노조와 깊어진 갈등의 골도 해결해야 한다.
플랫폼 기술을 앞세운 빅테크기업이 은행권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고 디지털 전환 가속 등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번에 관계를 재정립해놓지 않는다면 혁신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노조 측 노력도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리브엠사업 연장을 승인하면서 'KB국민은행과 노조는 디지털혁신분야 등 새로운 사업과 관련해 은행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상호 적극협력해야 한다'는 부가조건을 새로 달았다. 사측뿐 아니라 노조에게도 더욱 우호적 자세를 당부한 것이다.
KB국민은행 노조는 리브엠 도입 초기부터 사업을 극렬히 반대하며 사측 인사와 몸싸움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혁신금융서비스 연장 신청을 앞두고서는 금융위원회 앞에서 몇차례 반대투쟁을 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