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청년 일자리 조성 등을 위해 1조2천억 원 규모의 창업펀드 조성에 나섰다.
부산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는 것인데 펀드 조성을 함께할 외국 회사 요즈마그룹코리아의 펀드 운용능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부산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형준 시장은 부산의 중소·벤처기업을 키우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2026년까지 1조2천억 원 규모의 창업펀드 조성에 시동을 걸었다.
박 시장은 이를 위해 13일 이스라엘의 요즈마그룹과 시청 소회의실에서 부산소재 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부산시와 요즈마그룹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아시아 창업 플랫폼 허브'를 부산에 구축하고 함께 벤처창업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이날 맺은 업무협약은 2026년까지 1조2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부산의 중소·벤처기업에게 필요한 인프라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주요 투자분야는 4차산업을 중심으로 △바이오헬스케어 △그린테크 △핀테크 △메타버스 △콘텐츠 △푸드테크 △부산특화형 제조 및 서비스산업 △해양신산업 등이다.
부산시와 요즈마그룹은 펀드의 조성과 운영을 책임질 창업투자사로 ‘부산벤처스’(가칭)를 설립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부산벤처스는 요즈마그룹과 부산에 본사를 둔 한창 등이 주주로 참여한다. 자본금 100억 원을 목표로 주주를 추가 모집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후보시절부터 대규모 창업펀드 조성을 공약했다. 이번 협약으로 공약 실천에 나선 것이다.
요즈마그룹은 1993년 이스라엘 정부가 민간과 공동으로 조성한 요즈마 모태펀드로 출발했다. 펀드 운용규모가 4조 원가량이며 한국 법인인 요즈마그룹코리아의 2018년 이후 누적 펀드조성 금액은 1869억 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터넷매체인 '열린공감TV'이 요즈마그룹을 두고 의혹을 제기했다. 열린공감TV는 광고나 이익단체 지원을 배제하고 회원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열린공감TV는 3월29일 △이스라엘 본사 요즈마 법인의 누리집(홈페이지) 기능이 대부분 정지됐고 △본사 주소지에는 병원 건물이 들어서 있고 △요즈마그룹코리아가 법적 창업투자회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점을 들어 '부실펀드 의혹'을 제기했다.
창업투자회사는 종소기업창업지원법에 따라 최소자본금 20억 원에 창업투자 전문심사인력 2명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요즈마그룹코리아의 자본금은 4억4000만 원가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열린공감TV는 요즈마그룹코리아가 2013년부터 국내 기업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발표했지만 기업이 수익을 낸 사례도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이런 의혹 외에도 국내에서 대규모 자금 운용실적이 부족한 요즈마그룹코리아가 이번에 조성할 펀드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박 시장은 후보시절부터 요즈마그룹과 대규모 창업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를 두고 이언주 전 의원은 2월25일 국민의힘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본경선 토론방송에서 “요즈마그룹이나 요즈마코리아가 펀드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수수료를 벌면 요즈마 쪽만 좋은 일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민식 전 의원도 2월22일 MBC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부산시장 맞수토론에서 “요즈마그룹 한국 투자실적이 저조하다”며 “다른 지자체들도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1조 원이 넘는 규모의 펀드 조성이 가능한지도 논란이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도 선거 토론회에서 “자본금 4억~5억 원에 불과한 요즈마코리아가 어떻게 1조2천억 원의 펀드를 조성할 수 있냐”고 박형준 후보에게 따져 물었다.
박 시장은 당선이 확정된 뒤 요즈마그룹 논란 등을 두고 “선거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이 너무 많지만 앞으로 의문이 제기되면 일일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이번 창업펀드를 조성하는데 요즈마그룹이 직접 투자하느냐'는 질문에 “요즈마그룹도 직접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시기나 구체적 금액은 알 수 없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