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사장은 국내 스마트폰시장에서 준프리미엄 아래의 중저가 라인업도 더욱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9일 삼성전자는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갤럭시M12(시리얼 넘버 ‘SM-M127N’)의 전파인증을 받았다. 전파인증은 국내에서 통신기기를 판매하기 위해 거치는 필수 과정이다.
갤럭시M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인도 스마트폰시장 공략을 위해 내놓은 저가형 모델로 현지에서는 가격이 10만~20만 원 수준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저가형 라인업인 갤럭시M 시리즈보다는 중가형 라인업인 갤럭시A 시리즈의 판매 확대에 집중해 왔다. 갤럭시M12를 국내에서 출시한다면 2019년 갤럭시M20 이후 2년 만에 국내에서 갤럭시M 시리즈를 다시 내놓는 것이다.
전자업계에서는 노 사장이 국내에서 갤럭시M12를 통신사 모델이 아니라 자급제 모델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를 통해 인도와 비슷한 수준의 판매가격으로 저가형 스마트폰 수요를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LG전자의 빈자리가 생기게 됐다. 노 사장의 중저가 제품군 강화 움직임은 삼성전자가 LG전자의 공백에 따른 수요를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열고 7월31일자로 스마트폰사업을 종료하기로 의결했다. LG전자가 철수한 빈자리는 프리미엄보다 낮은 단계의 시장에서 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기준으로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량 가운데 58%가 150달러(17만 원가량) 이하, 37%가 150~500달러(56만 원가량) 제품이었다. 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비중은 5%에 그쳤다.
▲ 삼성전자 갤럭시S21 FE 예상 디자인. < OnLeaks 트위터 캡처 >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국내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판매 촉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가 LG전자 스마트폰 철수 뒤 국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애플은 올해 9월 아이폰13(가칭) 출시를 앞두고 최근 구형 아이폰의 재고 정리에 나섰다.
앞서 3월 아이폰11의 출고가가 기존 99만 원에서 85만9100원으로 낮아졌으며 4월 들어서는 국내 통신사들이 공시지원금까지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한 스마트폰 공동구매 카페에서는 아이폰11 기본 모델의 가격이 4만 원대, 프로 모델 가격이 20만 원대에 제시되고 있다.
중저가 스마트폰에 주력하는 중국 샤오미도 3월 레드미 노트10을 국내시장에 내놓은 데 이어 4월9일에는 레드미 노트10 프로까지 국내에 출시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량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국내 스마트폰시장 65%를 삼성전자가 점유했고 애플이 20%로 뒤를 따랐다. LG전자도 13% 점유율로 시장에서 존재감이 있었다.
노 사장에게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 철수는 안방시장에서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려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반대로 안방시장에서 애플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거나 샤오미가 의미있는 점유율을 확보해 국내시장에 자리를 잡게 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LG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을 대부분 삼성전자가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다른 글로벌 제조사들과 비교해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하위모델의 포트폴리오가 더 많다”며 “특히 애플과 비교하면 LG전자와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강점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