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 그랩 등 한화 금융계열사가 투자한 회사들이 잇따라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화 금융계열사의 투자성과를 향한 기대가 커진다.
이들의 투자성과로 김동원 전무가 후계자로서 입지를 더욱 단단히 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김동원 전무는 올 초 한화생명 전략부문장을 맡아 자연스레 한화 금융계열사들의 신사업 투자를 책임지고 있다.
한화생명은 한화자산운용(100%), 한화손해보험(51.36%)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최대주주 역시 한화자산운용이라 사실상 한화생명 아래 놓여있는 구조다.
이 금융계열사가 신사업에서 투자성과를 거둔다면 김 전무의 행보에 자신감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을 추진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한화투자증권 주가가 급등했다. 주가는 3월 말까지 3천 원 안팎을 오가다가 열흘도 되지 않아 2배로 뛰었다. 7일에는 장중 무려 82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2월 두나무 지분 6.5%를 583억 원에 퀄컴으로부터 인수했다. 김 전무가 한화생명 전략부문장을 맡은 뒤 계열사에서 진행한 첫 핀테크 투자라 주목을 받았다.
상장 이후 두나무 기업가치는 1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기대만큼 기업가치를 평가받는다면 한화투자증권의 지분가치는 6500억 원이 돼 열 배 이상의 투자차익을 내는 셈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그랩(Grab)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 역시 반가운 소식이다. 그랩은 스팩(SPAC)합병 방식 상장으로 30억~4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돼 상장 이후 적극적으로 투자와 사업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화자산운용은 1월 그랩의 핀테크 자회사 그랩파이낸셜(GFG)에 투자했다. 동남아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그랩의 사업에 기반해 그랩파이낸셜의 디지털금융서비스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한화자산운용의 투자안목도 재평가받게 됐다.
한화자산운용이 투자자로 참여한 미국 디지털보험사 헬스IQ 역시 스팩합병을 통한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헬스IQ는 현재까지 1억3650만 달러를 투자받았는데 기업가치가 15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적지 않은 투자수익이 기대된다.
특히 핀테크사업은 김 전무가 오래 전부터 관심을 보이고 투자해 온 분야라 투자성과가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김 전무는 2014년 그룹경영에 처음 참여할 때부터 디지털팀장을 맡아 핀테크사업을 챙겨왔다. 한화생명의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사업인 ‘드림플러스’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2019년 8월부터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도 맡고 있다.
이 외에도 한화 금융계열사는 핀테크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싱가포르 아이스탁스에 2020년에 이어 2021년 1월에도 투자를 진행했다. 아이스탁스는 증권형토큰(STO) 발행플랫폼으로 싱가포르 금융당국에서 인가를 받아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에 나서고 있다.
두나무, 그랩 등의 투자성과가 가시화되면서 한화 금융계열사의 신사업 행보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2021년 신년사에서 미래 성장기회를 선점해야 하는 분야로 ‘디지털금융 솔루션’을 꼽은 만큼 후계자인 김 전무의 투자행보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한화그룹은 최근 오너 후계자들의 투자성과가 두드러지는 편이다. 김동원 전무 외에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미국 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에 투자했다.
한화그룹은 니콜라 지분의 절반가량을 매각해 투자금 회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2배 이상의 투자차익을 거둘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