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1-04-08 12: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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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이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동차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다만 자동차용 반도체의 수익성이 높지 않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만큼 ‘자동차용 반도체 자립’을 위해서는 기반시설 조성과 금융 등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8인치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운영된다. <삼성전자>
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국내 차량용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현황 및 강화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반도체 생산능력의 82.9%는 12인치(300mm) 웨이퍼가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 등이 생산되는 8인치(200mm) 웨이퍼 비중은 14.6%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에서 200mm 파운드리사업을 하는 반도체기업은 삼성전자와 DB하이텍, 키파운드리 등 3곳이다.
이들은 3월 초 발족한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에 참여해 완성차기업 및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와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파운드리기업들이 단기간에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는 어려울 공산이 크다.
파운드리기업들의 생산능력은 200mm 웨이퍼 기준으로 삼성전자 월 30만 장, DB하이텍 월 13만 장, 키파운드리 월 9만 장 수준으로 파악된다.
적지 않은 규모지만 이 가운데 자동차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2019년 매출기준 세계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2.3%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와 디스플레이구동칩 등 자체 시스템반도체 수요로 200mm 파운드리 생산능력의 상당부분을 채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B하이텍 역시 2020년 평균 가동률이 97.9%로 거의 가동률 100%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반도체 일감을 받기에는 생산능력이 빠듯한 셈이다. 키파운드리는 자동차용 반도체 공정을 개발하고 있지만 애초부터 다른 기업보다 생산능력이 적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자동차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목적만으로 증설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반도체공장을 증설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소요될뿐 아니라 조 단위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동차용 반도체는 안전을 위한 까다로운 품질기준을 맞춰야 하는 데다 판매량도 많지 않아 다른 시스템반도체와 비교해 수익성이 낮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모바일‧PC용 반도체 대비 마진율이 낮고 출하량 또한 적은 자동차용 반도체는 파운드리기업의 공급계획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며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사태는 단순히 단기에 해소될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산업의 주도권 경쟁이 달린 문제로 정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이 이번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을 계기로 반도체의 자체 공급망 확보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파운드리기업 지원책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 DB하이텍 경기도 부천공장 전경. < DB그룹 >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삼성전자, DB하이텍, 키파운드리 등 파운드리기업과 협의를 통해 구체적 투자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업으로부터 투자 수요 및 건의사항을 수렴해 파운드리 증설을 위한 기반시설 지원, 장기·저리 대출 제공 등 예산, 금융, 규제분야에서 다각도로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이번과 같은 공급난이 향후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올해 초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이후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협의체를 꾸려 기업들과 해결책을 논의하는 한편 다양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팹리스가 국내외 자동차용 반도체 파운드리를 부담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시제품 제작비용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기존 가전용·산업용·모바일용 반도체를 자동차용으로 전환 및 개조하는 사업도 신설해 자동차용 반도체의 빠른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또 팹리스, 파운드리의 자동차용 반도체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완성차 적용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부터 반도체 기능안전 평가·신뢰성 인증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 인프라는 반도체기업들의 개방형 공동연구소로 운영된다.
이준명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세계 7위 규모의 자동차산업과 세계시장의 18.4%를 차지하는 반도체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자동차용 반도체 산업의 성장잠재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며 “세계 2위 규모의 파운드리 역량을 고부가가치 자동차용 반도체 품목의 생산에 전략적으로 발휘한다면 자동차용 반도체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