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5일 서울 은평구 응암역 근처에서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지원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3지대에서 한계를 절감한 만큼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합당과 합당 이후 안착에 온힘을 기울이며 대통령선거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압승이 예상된다.
안 대표로서는 오 후보의 당선이 야권에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데 긍정적 결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안 대표는 오 후보와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 뒤 장외로 빠져있지 않고 3월25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오 후보를 위한 지원유세를 했다.
오 후보도 안 대표의 이러한 지원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오 후보는 5일 서울 동작구 장승배기역 앞에서 유세를 하며 안 대표의 지원을 놓고 “함께 단일화를 이루고 제가 없는 자리에서 열심히 뛰면서 야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에서 패배한 뒤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던 과거와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안 대표의 움직임은 재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의 재편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안 대표는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궐선거 이후 본격적 행보를 예고한 바 있다.
안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4월7일 이후 야권은 혁신적 대통합과 정권교체라는 더 험하고 깊은 산과 강을 건너야 한다”며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야권에 다시 기회를 주신다면 지난 석 달 반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주신 과분한 사랑과 지지를 가슴 깊이 새기고 정치의 혁신과 야권 대통합, 정권교체에 이르기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재보궐선거 이후 전당대회 준비를 시작하는 등 지도체제 개편이 예정돼 있다.
국민의힘의 지도체제 개편은 안 대표에게 국민의당의 합당을 논의할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안 대표를 향해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당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점은 안 대표에게 긍정적이다.
다만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과 이후 대선 도전까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전히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민의힘과 합당만 보더라도 두 당 사이 의석수 등 당세에서 격차가 큰 만큼 원활한 협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존 국민의힘 의원들의 견제에 안 대표가 현재의 정치적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안 대표와 일정기간 정치적 움직임을 함께 해왔던 이상돈 전 의원은 3월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 대표가 거기(국민의힘)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안 대표를 겪어 본 사람들은 안 대표가 사람을 너무 피곤하게 만든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국민의힘 안착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가정을 하더라도 유력 대선주자로까지 발돋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존재 때문이다.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은 민주당 쪽에 섰다가 갈라져 나와 ‘반문재인’, ‘제3지대’ 등을 원동력으로 지지를 모았다는 점에서 정치적 궤적이 비슷하다.
현재 상황에서 두 사람의 지지가 양립할 수 없는 만큼 윤 전 총장을 향한 지지가 높아질수록 안 대표를 향한 지지는 힘을 받기 어렵다.
게다가 ‘킹메이커’로서 김종인 위원장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국민의힘 안에서 높아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김 위원장이 평소 안 대표의 정치적 역량에 부정적이었다는 점을 두고 볼 때 대선으로 가는 길도 고군분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선국면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다시 등장할 여지가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당에서 앞으로 김 위원장의 정치적 역량이나 경험들이 국가를 위해 쓰일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우리가 정중하게 여러 형태로 한 번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김 위원장의 경험과 식견, 통찰력이 필요하면 모셔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