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주력사업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보조사업 반도체패키지 기판사업에서 동시에 순항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5년 뒤 삼성전기의 매출을 2배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올해 실적 신기록도 갱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6일 삼성전기에 따르면 중국 텐진에 세운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공장의 양산 가동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전자제품의 필수재료다. 전자회로에 일정량의 전류가 흐르도록 제어해 과전류를 방지하는 전기댐의 역할을 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텐진 적층세라믹콘덴서공장은 현재 시범생산 단계를 밟고 있다”며 “양산을 본격화할 시점은 시장상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경계현 사장은 텐진 공장의 양산 가동시점을 그다지 멀리 잡고 있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량 고부가 적층세라믹콘덴서가 많이 쓰이는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 등 비대면 시대에 활용도가 높은 전자기기의 수요가 지속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판매량이 늘면서 적층세라믹콘덴서의 새로운 수요도 발생하고 있다. 하반기 차량용반도체 수급난이 개선되면 완성차회사들이 다시 차량 생산량을 늘리면서 적층세라믹콘덴서의 수요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적층세라믹콘덴서는 가격 인상 가능성까지 흘러나오는 판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하다”며 “일본 무라타제작소와 삼성전기, 대만 야게오(야교) 등 글로벌 상위 회사들은 2분기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제품 가격 인상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자기기 수요 호조는 삼성전기의 반도체패키지 기판사업에도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패키지 기판은 삼성전기의 경쟁사인 대만 유니마이크론에서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수요 증가에 공급 축소까지 겹쳐 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패키지 기판은 시장에서 적층세라믹콘덴서보다도 공급이 더 부족하다”며 “새로운 공급계약을 맺을 때 가격을 올려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업황이 좋다”고 파악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기가 누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와 반도체패키지 기판의 동시 호조가 올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경 사장은 3월17일 열린 삼성전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6년까지 전체 매출을 2배 규모로 늘리고 핵심사업인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2020년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글로벌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 점유율을 23%로 추산했다. 이는 글로벌 점유율 2위에 해당한다. 1위인 일본 무라타제작소는 점유율이 30% 수준으로 추산된다.
경 사장은 2020년 3월18일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됐다. 지난해 임기 첫해를 보내며 삼성전기 성장의 청사진을 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기간에 경 사장은 반도체패키지 기판사업의 이익체력을 다진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기 기판사업은 2018년 영업손실 560억 원을 냈다. 2019년에는 영업이익 146억 원을 내 흑자전환했지만 이익 비중은 2%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해는 영업이익 1001억 원을 내 이익 비중이 12.1%까지 커졌다.
기판사업의 이익창출 능력을 키워둔 만큼 경 사장으로서는 올해 중국 적층세라믹공장의 양산 가동과 함께 청사진의 실현을 향해 가는 걸음을 기분 좋게 내딛을 수 있다.
삼성전기는 2020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8291억 원을 냈다. 이는 2018년의 1조1499억 원 다음 가는 기록이다.
증권업계에서 현재 나오는 삼성전기의 2021년 연결 영업이익 기대치(컨센서스)는 1조2078억 원이다.
증권업계는 경 사장이 지난해 호실적에 이어 올해 영업이익 신기록을 다시 쓸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