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본 도시바 지분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업황이 예상보다 더 악화하고 있어 낸드플래시에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지분을 매입할 경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뿐 아니라 중국업체들의 공격적 진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도시바 지분 인수 가능성
김민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일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도시바의 지분 매입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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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김 연구원은 도시바가 최근 낸드플래시 공장을 증설했지만 계속되는 경영난으로 투자를 감당할 여력이 충분치 않아 SK하이닉스의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도시바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도시바 입장에서는 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일"이라며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독자생존하기는 힘든 만큼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와 협력하는 것이 칭화유니그룹 등 메모리반도체시장 진출을 앞둔 중국업체들로부터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낸드플래시 세계 3위 업체인 미국 샌디스크를 인수한 데 이어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11조 원 정도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SK하이닉스의 지분 인수도 제안했지만 SK하이닉스 측이 이를 거절해 무산됐다.
김 연구원은 도시바가 전략적 제휴업체인 샌디스크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어 결국 칭화유니그룹에 넘어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중국의 거대 자본에 홀로 맞서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D램 평균가격이 하락하며 업황이 악화하고 있어 낸드플래시 육성이 시급한 상황에 처해있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D램 영업이익률이 25.3%로 지난해 1분기의 41.1%에 비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최태원, 대규모 투자로 대응할까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도시바 지분 인수도 추진할지 주목된다.
도시바의 지분 인수를 놓고 SK하이닉스와 칭화유니그룹이 경쟁을 벌일 경우 칭화유니그룹은 거대 자본을 앞세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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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하지만 최 회장도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만큼 공격적인 투자로 맞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은 올해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에 역대 최대 규모인 6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도 반도체 생산시설 증설과 연구개발에 6조 원 정도를 투자했다.
최 회장이 SK하이닉스의 실적부진 우려에도 대규모 투자로 생산능력과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며 정면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D램에서 20나노대 미세공정기술을, 낸드플래시에서 3D낸드 기술을 상용화해 올해부터 프리미엄 메모리반도체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올해 투자를 줄이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는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혀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세계 D램시장에서 2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5위의 점유율 차지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사업에서 경쟁력이 비교적 약하다"며 "도시바에 투자해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도시바 지분 인수 추진과 관련해 "앞으로의 투자 계획에 대해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