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장단을 전격 교체했다. 실적이 부진한 시스템반도체 담당 사장을 물러나게 했다. 대신 메모리반도체를 담당하는 사장에게 시스템반도체까지 관할하도록 했다.


이 번 인사는 이건희 회장의 의식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재용 부회장이 인사를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경영이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체제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장단 전격 교체  
▲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
삼성전자는 반도체총괄 및 시스템LSI 사업부장에 김기남 사장을 선임하는 등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일부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김기남 사장은 그동안 메모리사업을 이끈 데 이어 앞으로 삼성전자의 메모리와 비메모리사업을 모두 책임지게 된다.

이번 인사는 그동안 시스템LSI사업을 맡아왔던 우남성 시스템SLI사업부장(사장)이 건강 때문에 당분간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어지면서 전격적으로 단행됐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우 사장이 건강 문제로 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시스템LSI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인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 사장은 사장직은 계속 유지한다.

김기남 사장이 반도체총괄과 시스템LSI사업부장이 되면서 메모리사업부는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으로 일하는 전영현 부사장이 함께 맡게 됐다.

김 사장은 강릉고를 나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사장은 1981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기술팀에 입사해 반도체 연구 부문에서 꾸준히 일했다.  2002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차세대연구팀장, 2007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개발실장, 2009년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연구소장을 역임했다.

김 시장은 미국전기전자학회(IEEE) 석학회원으로 반도체 전문가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핵심기술을 발굴해왔으며, 삼성전자의 D램과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개발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은 2009년 삼성종합기술원장을 지낸 뒤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다 지난 2월 삼성전자로 돌아온 뒤 4개월 만에 삼성전자 반도체를 총괄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비메모리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시스템LSI사업 등 비메모리부문에서 인텔과 퀄컴 등에 밀려 부진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반도체부문에서 1조9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메모리 분야의 실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부문의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사업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내며 시스템반도체에서 성과를 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지난달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임직원들을 상대로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해 증가했으나 메모리에 비해 시스템LSI는 다소 부진했다"며 "메모리분야에서 1위를 유지하면서 자만심에 빠진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메모리는 반도체산업의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반도체 모든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며 "시스템LSI의 경우 14나노 공정 향상과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에 주력해 고객에게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강자라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