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배터리사업의 신뢰도를 더욱 높여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잇따른 전기차배터리 리콜조치와 폴크스바겐 배터리 내재화 선언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리콜에 '기업가치 100조' 지키기 발등에 불

▲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사업 신뢰도를 높여 성장 기대감을 회복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2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잇따른 전기차배터리 리콜조치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품질과 관련한 평판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월 배터리가 들어간 현대자동차 코나EV의 화재 원인을 두고 배터리 셀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코나EV와 규격이 비슷한 배터리가 들어간 르노의 전기차 조에에서는 화재가 보고된 적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배터리 제조결함에 따른 화재 우려로 르노 조에 122대를 대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선제적 리콜조치를 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유럽연합(EU)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르노 조에 리콜 보고서에 따르면 선제적 리콜조치 이유로 배터리 제조 결함으로 전선이 서로 붙어버리는 현상(단락)이 발생해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꼽혔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폴크스바겐 전기차 e업과 폴크스바겐 자회사의 전기차 시티고E와 미일렉트릭에도 선제적 리콜조치를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놓고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셀 결함이 아니고 셀을 싸고 있는 모듈 제조와 관련된 중요성이 크지 않은 하자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배터리모듈 제작 과정에서 외관 손상이 발생한 배터리가 납품된 것을 확인해 선제적으로 회수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코나EV 화재 논란으로 배터리 품질문제에 부담을 느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최근 폴크스바겐 그룹이 유럽에서 노스볼트와 협력해 배터리 내재화 선언을 한 데는 배터리 주도권뿐 아니라 배터리 품질 신뢰문제도 일부 반영된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노스볼트는 2016년 테슬라 구매 담당 부사장 출신인 피터 칼슨이 설립한 스웨덴 전기차배터리 제조사로 유럽연합(EU)이 전기차배터리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최대 40%를 차지해 전기차에서 중요도가 높은 만큼 폴크스바겐을 포함한 완성차 회사들이 내재화를 통해 배터리 제조사의 의존도를 낮추고 품질위험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강화디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폴크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를 담당하는 스웨덴 노스볼트를 놓고 양산경험이 없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사와 겨루기에 역부족이라고 본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노스볼트는 양산경험이 전무해 원가 경쟁력, 품질 경쟁력, 양산 능력 등을 평가할 지표가 없다”며 “20년 넘는 사업경험을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사의 경쟁상대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내재화 실현 의지가 강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협력사 노스볼트를 통해 배터리 내재화를 위한 국내 소재, 부품, 장비 회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기 때문이다.

고 연구원은 “최근 노스볼트는 전기차배터리 양산을 위해 한국산 전기차배터리 장비를 구매하고 특수소재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도 “노스볼트가 한국과 일본의 핵심인력을 스카웃해 배터리기술 격차를 좁히려고 힘쓰고 있다”며 “한국 배터리 소재부품장비업체와의 관계를 맺기 위해 직접 한국 공장을 방문하며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동진쎄미켐은 노스볼트에 배터리소재 가운데 음극재를 공급하기 위해 계약을 이미 체결하고 스웨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씨아이에스과 피앤이솔루션 등 다른 배터리 장비업체들도 노스볼트와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기존 기업가치 전망치는 최대 100조 원까지 예상된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의 내재화 발표 이후 예상 기업가치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사업 신뢰도와 성장 기대감 회복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내재화 선언 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 뒤 예상 기업가치가 50조 원을 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기존에 기업가치가 50조~100조 원으로 추정됐는데 지금은 이 범위에서 높은 수준의 평가를 받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