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17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4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현황과 사업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기> |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패키지기판분야에 집중해 기판사업을 삼성전기의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로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정보기술(IT)기기 수요 강세로 기판사업 업황은 호조를 보인다. 경 사장은 고객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기술 차별화와 신규시장 진출 등으로 성장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삼성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기판사업부 주력제품인 볼그리드어레이(BGA)는 2020년 세계시장에서 25% 점유율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점유율이 2018년 15%, 2019년 17%에서 대폭 높아졌다.
BGA는 반도체를 보호하면서 메인기판과 연결해주는 패키지기판의 일종으로 주로 PC 등에 많이 사용된다. 삼성전기는 BGA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사업보고서를 통해 추정 점유율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기판사업에 자신감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경계현 사장은 1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기판사업은 최근 가장 뜨거운 영역이다”며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중요한 사업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해 기판사업에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비대면 추세 강화로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증가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BGA 등 패키지기판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기판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삼성전기 주요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카메라모듈·통신모듈 등의 평균판매가격(ASP)은 모두 하락한 반면 패키지기판 가격은 9.9%,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가격은 6.8% 상승했다.
덕분에 기판사업이 2019년 삼성전기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였는데 2020년에는 12%로 크게 높아졌다. 이를 놓고 경 사장은 적층세라믹콘덴서와 모듈사업에 의존하던 수익구조가 균형을 이루면서 안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 사장은 스마트폰에 쓰이는 인쇄회로기판보다 서버나 PC 등에 주로 쓰이는 패키지기판 쪽에 유망하다고 바라보고 이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패키지기판 중에서 인텔 x86 계열 중앙처리장치(CPU)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이르는데 2030년께 50%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x86에서 줄어드는 비중은 ARM 기반 애플 맥 컴퓨터용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특수목적 반도체와 같은 신규영역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맞춤형 반도체가 늘어날수록 그에 따른 패키지기판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 사장은 기판사업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많이 생산해 시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생산성을 혁신해 투자 이상의 성과를 낸다는 계획도 세웠다.
삼성전기는 1월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판사업과 관련해 “2021년 고부가제품을 중심으로 패키지기판 생산능력을 확대해 고객 수요에 최대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 기판사업을 놓고 “고부가제품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을 중심으로 구조적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고객 다변화 성과에 힘입어 질적으로 개선된 실적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생산뿐 아니라 기술 경쟁력 강화와 신규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BGA사업은 기판을 얇게 만들면서도 밀도를 높이고 회로 선폭을 미세화하는 등 차별화된 기술역량으로 고부가제품을 만든다. 고집적 반도체용 FCBGA는 PC뿐 아니라 확산추세인 데이터센터의 서버에도 쓰인다.
다만 서버용시장 진출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버용 FCBGA은 고객과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며 “2년 이후에 양산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기 기판사업 연간 매출에서 패키지기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70% 수준 남짓으로 파악된다. 인쇄회로기판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라 패키지기판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이미 2019년 고밀도(HDI) 회로기판을 생산하는 중국 쿤산 법인을 청산했고 RFPCB사업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삼성전기 관계자는 "인쇄회로기판보다 패키지기판에 집중하겠다는 경 사장의 말이 RFPCB사업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패키지기판 시장이 커지고 있어 그쪽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의미”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