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늦어지고 있는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과 관련해 엉킨 실타래를 풀고 노조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 노사가 2020년 임단협에서 기본급 동결에 합의한 만큼 현대제철 노사도 비슷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노조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타결이 쉽지 않다는 시선도 나온다.
21일 현대제철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제철 노사는 2020년 임단협 협상에서 여전히 입장차이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안 사장이 18일 현대제철 5지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단협을 우선 처리하자고 합의하면서 2020년 임단협 협상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제철 노사는 임단협과 임금제도개선위원회(임개위) 분리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는데 회사가 한 발 양보하면서 임단협을 먼저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안 사장으로서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2020년 임단협 타결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번 협상 재개를 통해 일단 부담은 덜었을 수 있다.
하지만 2020년 임단협의 기본급 인상을 놓고 지금까지 노사의 입장 차이가 컸던 만큼 이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노사는 2020년 9월11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19차례 임단협 협상을 위해 만났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현대제철 노사의 2020년 임단협 핵심 쟁점은 기본급 인상으로 파악됐다.
현대제철 노조는 2019년 임단협이 2020년으로 넘어가면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본급 인상률을 낮추는 데 합의했던 만큼 2020년 임단협에서는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을 포함해 생활안정지원금 300% 지급, 노동지원격려금 500만 원 등이 담긴 요구안을 내놨다.
하지만 안 사장으로서는 노조의 기본급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2020년 임단협에서 기본급 동결로 합의를 이뤄냈기 때문에 현대제철만 기본급 인상을 결정하기 쉽지 않아 안 사장이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인 현대차 노사와 기아 노사가 2020년 최종 임금안으로 기본급 동결에 합의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현대제철 기본급 인상 요구는 ‘양재동 가이드라인’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들은 현대차그룹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계열사 임단협 지침인 ‘양재동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양재동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노조에서는 현대차 임단협을 기준으로 철강계열사가 90%, 철도와 대형부품사가 80%, 중소형계열사가 70% 수준에서 같은 해 임금안이나 단체협약안이 마련된다고 주장한다.
안 사장은 올해 현대제철의 수익성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그는 1월4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우리는 규모의 성장에 치중했던 관성을 청산하고 ‘수익성 중심의 견고한 철강사’라는 기업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포스코 출신이다. 현대차그룹이 아닌 외부인사가 현대제철 대표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안 사장은 현대제철 대표 취임 당시 큰 기대를 받았으나 아직까지 영업이익 등 실적에서는 성과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2020년에도 코로나19로 오히려 실적이 크게 후퇴했던 만큼 올해 현대제철의 수익성 강화는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현대제철은 2020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8조234억 원, 영업이익 730억 원을 냈다. 2019년보다 매출은 12%, 영업이익은 78%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