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인수 뒤 10여 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을 계속 추진한다.
한국전력은 친환경을 내세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강화하고 있지만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에 8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사업 포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전력 안팎에 따르면 호주 환경단체 락더게이트연대는 최근 한국전력 이사회에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카멜 플린트 락더게이트연대 디렉터는 한국전력 이사회에 보낸 서신에서 “석탄광산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한국전력에 아무런 이익이 없다”며 “한국전력이 소유하고 있는 호주 바이롱 밸리의 토지를 지역 공동체가 매수하는 계획에 관해 적극적 검토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은 한국전력이 2010년 다국적 광산회사 앵글로아메리칸으로부터 인수한 프로젝트다. 현재 바이롱 석탄광산의 지분을 한국전력 90%, 발전공기업 5곳이 각각 2%씩 보유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바이롱 석탄광산에서 생산한 석탄을 발전공기업에서 운영하는 석탄화력발전소에 공급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2021년부터 40년 동안 연 350만 톤의 석탄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은 인허가 문제로 발목이 잡히면서 사업 진척이 지지부진하다.
한국전력은 2019년 사업 인허가기관인 호주 독립계획위원회로부터 환경보호를 이유로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의 개발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에 한국전력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토지환경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2월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락더게이트연대는 이러한 법적 리스크를 해결하고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ESG경영을 위해서 바이롱 석탄광산 부지를 탄소순환농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매각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전력은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 친환경투자가 늘고 정부에서도 탄소감축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에 주목해 국내외사업을 저탄소 친환경 중심으로 전환하며 ESG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카멜 플린트 락더게이트연대 디렉터는 한국전력 이사회에 보낸 서신에서 “바이롱 석탄광산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한국전력에 심각한 평판 리스크를 야기하며 이는 곧 향후 투자자들이 더욱 주목하고 문제 삼는 이슈가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환경단체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바이롱 석탄광산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환경단체의 제안대로 바이롱 석탄광산 부지를 다른 쪽으로 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에 현재까지 8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데 반해 환경단체가 제시하는 가격은 워낙 그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락더게이트연대는 바이롱 석탄광산의 토지와 건물을 포함해 4600만 호주달러(약 406억 원)에 매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반면 한국전력은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을 인수하는데 4억 호주달러(약 3천억 원)를 들인 것을 포함해 탐사작업 등을 진행하며 현재까지 8천억 원을 투입했다.
한국전력은 현재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토지환경법원 1심 판결에 항소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3월 안에 소장을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환경단체의 바이롱 석탄광산 부지 매입 제안을 따로 검토하기보다는 항소를 통해 새로운 재판부의 판단을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