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계열사들이 마이데이터사업 본허가를 받은 기업을 향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심사중단제도를 개선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마이데이터사업에서 크게 뒤처질 수 있다는 염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마이데이터 받은 기업에 구애, 제도개선만 기다릴 수 없어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17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1차 허가를 받은 핀테크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핀테크기업과 협력관계를 맺는다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경쟁관계를 고려하면 기존 금융사와 마이데이터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미 마이데이터사업과 관련해 금융사와 금융사, 금융사와 핀테크의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하나은행도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근 현대해상이 보맵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 것처럼 아직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지 못한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 허가를 보유한 핀테크기업을 향해 손을 내미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데이터사업에서 본허가를 받은 28곳 가운데 14곳이 핀테크기업으로 분류된다.

네이버파이낸셜, NHN페이코 등 금융사들이 이미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핀테크기업을 빼면 하나은행이 마이데이터사업을 위해 손을 잡을 수 있는 핀테크기업이 10곳도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하나은행이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서두르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하나카드는 3월 웰컴저축은행을 우군으로 확보하며 한숨을 돌렸다.

카드사들이 마이데이터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웰컴저축은행을 통해 우회적으로 마이데이터시장에 발을 걸칠 수 있게 됐다.

전업카드사 8곳 가운데 5곳이 마이데이터 허가 문턱을 넘었으며 1차 허가에 참여하지 않았던 롯데카드는 2차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롯데카드는 미래에셋대우와 마이데이터사업 제휴를 맺기도 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웰컴저축은행과 고객군이 겹치지 않아 마이데이터사업에서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핀크는 일단 ‘핀크리얼리’서비스를 통해 마이데이터사업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금융위의 제도 개선을 기다리고 있다.

핀크는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급하게 핀크리얼리서비스를 변경했다. 고객이 본인의 재정현황 등을 보지 못하도록 비공개 처리해 금융위로부터 마이데이터서비스가 아니라는 확인도 받았다.

마이데이터 2차 허가를 위한 수요조사에 80여 곳이 몰리는 등 마이데이터는 금융권에서 새 먹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1차 허가를 받은 기업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관련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에서 심사중단제도를 개선하기만 기다리기에는 하나금융지주 계열사들이 놓인 상황이 녹록지 않은 셈이다. 

금융위가 1월 신규 인허가와 관련한 심사중단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 일정이나 개선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핀크는 2017년 하나금융지주가 시민단체로부터 은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뒤 형사소송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허가심사 보류를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