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DB그룹 회장은 DB하이텍 등 제조업부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김 부회장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14일 DB손해보험에 따르면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재연임이 확정되면 김 부회장은 대표를 14년 맡게 돼 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가 된다.
김 부회장은 오너 경영인인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을 제외하고 전문경영인으로서 가장 오랜 기간 대표직을 이어가게 된다. 김 부회장은 2010년부터 D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다.
김 부회장의 재연임은 김남호 회장이 반도체 계열사인 DB하이텍과 DB의 IT사업부를 중심으로 제조부문에 드라이브를 거는 동안 경영능력이 입증된 김 부회장에게 그룹의 안정적 수익 창출을 맡기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남호 회장은 취임 후 그룹의 IT와 반도체사업 역량을 미래 핵심 영역으로 제시하는 등 제조부문 육성에 나서고 있다.
김남호 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리 그룹은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IT와 반도체사업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그룹의 주력인 금융회사 사이, 금융과 IT 사이, IT와 반도체 사이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구상을 실현하는데 김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DB손해보험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DB손해보험은 DB그룹 계열사 20개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내고 있다. 2019년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의 76%(16조657억 원)에 이른다. 제조부문에서 많은 투자비용이 들어가더라도 금융부문에서 이를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김 부회장의 재신임은 그룹 주요 사업의 재편과 그에 따른 자금 수요를 고려한 인사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현재 DB하이텍은 반도체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신규 시설투자에 나설지를 고민하고 있다.
DB하이텍은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데는 1조 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반도체 수요가 높다는 점 등을 들어 DB하이텍의 증설 가능성을 낮지 않게 보고 있다.
김 부회장은 10년 이상 DB손해보험을 이끌며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다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부회장이 취임 당시 DB손해보험 가입자는 530만 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천만 명으로 늘어났다. 매출도 6조 원에서 13조7천억 원으로, 총자산은 10조 원에서 43조7천억 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순이익 5637억 원을 거뒀다. 2019년보다 47.5% 늘었다.
더욱이 김남호 회장은 취임 직전까지 DB손해보험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만큼 김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