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공개 흥행을 이끌어 상장주관 강자로서 면모를 보여줬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업공개 과정에서 수요예측, 청약증거금 등 흥행 신기록을 다시 썼는데 NH투자증권은 대표주관을 맡아 낙수효과도 크게 누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NH투자증권이 올해 상장하는 대어급 기업공개를 여럿 놓친 탓에 대규모 주관실적을 쌓고 주관역량을 뽐낼 기회가 많지 않은 점은 아쉬울 수 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은 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공개가 국내 자본시장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275대 1의 경쟁률 보이고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63조6198억 원의 증거금이 모여 역대급 흥행에 성공했다.
NH투자증권이 상장주관 강자다운 면모를 보이며 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공개 흥행을 이끈 셈이다.
수요예측 결과와 공모가를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기관투자자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하겠다고 내건 금액이 1천조 원을 넘는다. 이 금액 역시 전에 없던 규모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규모는 1조4918억 원에 이른다. 올해 첫 조 단위 공모규모인 대어급 기업공개였다. 기관투자자가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한정된 탓에 공모규모가 클수록 수요예측 경쟁률이 낮아질 수도 있다.
NH투자증권은 대표주관사인 만큼 상장되는 주식의 37%에 이르는 물량을 배정받았다. 주관사단에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이 배정된 것인데 기관투자자 물량 또한 가장 많이 소화했다.
대어급 기업공개인데도 역대급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가 나온 것을 놓고 NH투자증권의 기관 대상 영업력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NH투자증권이 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됐음에도 올해 상장주관실적 순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장하는 대어급 기업공개 가운데 NH투자증권이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린 건수가 많지 않은 탓이다.
올해 안에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기업 가운데 공모규모가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현대중공업, SK아이이티, 한화종합화학 등이 있다.
NH투자증권은 카카오페이지 대표주관사와 크래프톤 공동주관사 자리를 확보했다.
올해 기업공개 주관실적 1위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되는 곳은 단연 KB증권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대표주관을, 현대중공업과 한화종합화학은 공동주관을 맡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13부터 2015년까지 상장주관실적 1위였고 2019년에도 1위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1위와 근소한 차이로 2위에 머물렀지만 여전히 상위권을 지키며 기업공개 명가로 꼽혀왔다.
기업공개 주관순위는 주관사가 쌓을 수 있는 실적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대어급 실적에 좌우되는 때가 많은데 올해 대어급 기업공개 풍년 속에서 NH투자증권이 가뭄을 겪고 있는 만큼 주관실적 1위 탈환은 물론 상위권을 지키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행사에서 주관사 선정을 마친 뒤에 추가로 주관사를 뽑은 사례도 많다”며 “그동안 쌓아온 주관이력이 있는 만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앞서 4일~5일 이틀에 걸쳐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27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9일과 10일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는 63조6198억 원의 증거금이 몰리며 지난해 9월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세운 최고기록 58조5543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청약 경쟁률은 335.36대 1로 나타났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