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가 충주시와 3년째 물값 분쟁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물값 소송을 제기하자 충주시의회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보령시의회와 연대해 물값과 관련한 법개정 추진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하겠다는 뜻을 내보이고 있어 갈등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자원공사 지자체와 수돗물값 분쟁 장기화, 충주는 보령과 감면 연대

▲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8일 수자원공사와 충주시의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두 기관은 충주시가 수자원공사에 납부해야하는 광역상수도 요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충주시는 상수원 보호를 이유로 각종 불이익을 받는 데다 다른 지역보다 송수거리가 짧기 때문에 수자원공사가 다른 지역과 같은 수준의 정수구입비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충주시 지역사회는 1985년 준공된 충주댐으로 잦은 안개가 발생해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으며 공장 설립 제한 등의 규제, 광역상수도 확장공사에 따른 도로파손 등 피해를 봤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수도법에 감면규정이 없다며 충주시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충주시의회는 수자원공사가 광역상수도 구입비를 감면해주지 않자 수돗물값에 상응하는 주민지원사업비 지급, 댐 지원금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가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자 충주시의회는 2018년 12월분부터 충주시가 예산안에 편성한 광역상수도 구입비를 전액 삭감했다. 

이에 충주시는 수자원공사의 광역상수도를 사용하는 13개 읍·면과 4개 동 주민들로부터 요금을 징수했지만 세출예산이 승인되지 않아 수자원공사에 광역상수도 구입비를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12월분부터 2020년 10월까지 약 3년 동안 납부되지 않은 수돗물값만 해도 연체료를 포함해 104억7700만 원에 이른다. 

충주시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이 납부한 수돗물값은 잘 관리하고 있다”며 “하지만 시의회의에서 관련 예산이 삭감됨에 따라 수돗물값이 납부되지 않은 데 따른 연체료는 추가로 시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2월 대전지방법원에 충주시를 상대로 수도요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수도법상 3년이 지나면 미납된 수도요금과 관련한 권리가 소멸해 수도요금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에 낸 소송이다. 

수자원공사의 소송에 충주지역사회의 민심은 악화하고 있다. 

충주시의회는 5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충주댐 피해에 대한 수자원공사의 대책 마련 요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결의문을 통해 “수자원공사는 충주댐 피해에 관한 합당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의 물을 팔아 수익을 내는 수자원공사는 지역민이 수긍할 수 있는 합당한 수준의 지원을 약속하고 정수구입비는 송수거리에 따라 차등부과하는 합리적 요금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충주댐 여수로 공사를 멈추고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박해수 충청시의회 의원은 “내진설계 없이 완공된 지 35년된 댐에 여수로 공사 발파작업으로 댐 암반에 치명적 충격을 주면서도 저수 최고수위는 높게 잡고 있다”며 “충주댐 수위를 낮추고 여수로 공사를 멈춘뒤 안전진단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주시의회는 비슷한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보령시의회와 함께 관련 법 개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어 물값 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령시의회도 2021년도 광역상수도 정수구입비 55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보령시의회는 보령댐을 통해 수자원공사가 한 해에 약 360억 원에 이르는 광역상수도 요금을 걷고 있지만 보령댐 주변 지역에 지원하는 금액은 1%수준인 4억 원에 그친다고 주장하며 수자원공사에 지역 상생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천명숙 충주시의회 의장과 김홍기 보령시의회 부의장 등 두 의회 관계자들은 4일 댐 피해사례를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두 의회 관계자들은 합리적 보상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관계기관, 시민단체와 함께 힘을 모아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나서기로 했다. 
 
수자원공사로서는 충주시뿐만 아니라 보령시와도 비슷한 분쟁을 겪는 만큼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불리한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다른 분쟁지역에서도 비슷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3월 말에 열리는 충주시, 수자원공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충주댐 피해보상 지원실무추진단에서 소송과 관련해 보상 및 피해대책이 논의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지만 실무회의이기 때문에 소송 관련 안건은 다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시의 다른 관계자는 “3월 말 열기로 계획한 충주댐 피해 보상 지원실무추진단 회의는 충주호 명소화 용역과 관련한 실무차원의 협의가 진행되는 회의이기 때문에 소송 및 보상과 관련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